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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금 國調 의 비운

지난 9월 초 정기국회 초입에서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을 때 기자는 내심 '웬일인가' 했다. 대선 때문에 국정감사ㆍ예산심의 일정마저 단축한 마당에 무슨 공적자금 국정조사인가 해서였다. 더욱이 우리의 정치에서 대선은 모든 점잖은 말을 욕설로 바꾸는 정쟁화의 경연장이 아니던가. 터무니없는 여야의 핑계 일정대로라면 9일의 TV청문회를 마지막으로 국정조사는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을 것이나 예비조사부터 삐걱대다 증인선정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몇차례 벌인 뒤 무산시켜버렸다. 지난 2001년 1월에도 그랬다. 그때는 증인선정까지는 잘 가는 듯하더니 증인 신문방식을 놓고 맞섰다. 민주당이 일괄신문을 하자고 한 데 반해 한나라당은 대질신문도 하자고 주장했다. 대질신문의 초점은 전ㆍ현직 재경부 장관인 이헌재ㆍ진념 장관의 대질 여부에 쏠려 있었다. 민주당이 공적자금 정책의 혼선을 부각시키려는 한나라당의 계략이라며 반대하자 국정조사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 그때나 이번이나 여야 모두 할 생각도 없이 국정조사를 하자고 한 게 분명하다. 이번에 무산원인이 된 증인선정 시비를 보면 그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나라당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도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홍업씨를 증인으로 세우자고 하자 민주당은 부실기업에서 돈을 뜯어낸 것은 마찬가지라며 '세풍' 관련자도 증인으로 세우자고 맞섰다니 말이다. 외환위기 이후 투입된 157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은 내년도 예산보다 46조원이나 많은 돈이다. 그렇게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민들에게는 감각이 없는 돈이다. 그중에서 원금 기준으로 69조원은 이미 회수 불능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 돈을 썼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IMF체제를 극복했다고 정부와 여당은 주장하고 있다. 이 돈의 크기에 이미 무감각해진 많은 사람들은 '그런가'라고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것이 적정한 액수였는지,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알 수도 없고 알아봤자 뭐하냐는 무력감에 빠져 있다. 외환위기 때 급조된 제도 아래에서 운영주체도 없이 마구잡이로 집행된 것이 공적자금이다.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공적자금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 사례를 통해 집행과정에 많은 잘못이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공적자금을 새로 조성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 돈을 향후 25년 동안 갚겠다고 밝혔으나 더 이상 빚이 늘지 않기를 바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국회의 행태다. 공적자금의 문제점을 밝히는 국정조사를 하겠다면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이를 번번이 무산시키는 국회의 모습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공적자금은 국민의 세금부담에 관한 것이므로 국회의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적자금 국정조사에 대한 인식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 공적자금 문제를 선거전략으로 이용하겠다는 발상이나, 면죄부를 받는 통과의례로 이용하겠다는 생각으로는 하지 아니함만 못하다. 이제 국정조사는 차기 정부를 상대로 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차기 정부는 공적자금 집행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됨으로써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 후대에 부끄럽지 않게 공적자금 문제는 한번의 국정조사로 끝낼 일이 아니다. 국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첫번째 국정조사는 공적자금 운영의 잘못을 바로잡아 제대로 된 틀과 방향을 설정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자료의 수집과 분석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특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공적자금 문제는 차세대에 빚을 넘기는 일이다. 한푼이라도 덜 넘기고 하루라도 빨리 갚는 것이 후대에 부끄러운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 세대가 해야 할 책무다. 국정조사를 해야 할 가장 큰 이유도 거기에 있다. 논설위원 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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