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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아프리카를 가다] <1> 무한가치 지닌 검은 대륙

젊은 인력·풍부한 천연자원 두 축… 고속 성장하는 블루오션<br>급성장 전망 10개국 중 7곳 차지<br>도심엔 고층건물·명품매장 즐비<br>최빈국 에티오피아선 연일 공사<br>소비시장 가치도 갈수록 커져

케냐의 우정국, 무역부, ICT 보드(Board) 등 정부부처들과 기업들의 헤드 오피스가 집중돼 있는 나이로비의 도심지 전경.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최빈국에서 중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국가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케냐=임지훈기자


아프리카의 최빈국가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카산치스 거리. 8월 중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이곳은 해발 2,400m가 넘는 고산지대 특유의 저온에 우기까지 겹쳐 서늘함마저 느껴졌다.

우산을 받쳐들고 나선 거리는 한때 세계 최대의 빈민촌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고급 호텔과 오피스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아디스아바바는 한마디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사 현장을 방불케 했다.

에티오피아는 강렬한 성장의 욕망이 움트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는 재개발 프로젝트가 하나둘이 아니다. 오는 2015년까지 최소 11.4%의 경제성장을 이뤄 2025년 중진국으로 도약한다는 국가비전 달성을 위해 에티오피아가 힘차게 달리고 있다.

성장을 향한 꿈과 도전은 비단 에티오피아만의 현상은 아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지금 지구상 마지막 남은 성장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빈곤ㆍ기아ㆍ내전ㆍ에이즈(AIDS) 등 온갖 암울한 단어들로 대변되던 아프리카는 이제 풍부한 천연자원과 무한한 잠재력을 등에 업고 '기회의 땅' '검은 진주'라는 장밋빛 수식어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아프리카, 초고속성장 스타트=지난해 1월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흥미로운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상위 10개국을 집계한 결과 아프리카가 무려 6개 자리를 휩쓸었다는 내용이다. 더욱이 이들 국가는 모로코ㆍ알제리ㆍ튀니지ㆍ리비아ㆍ이집트 등 비교적 경제수준이 높은 북부 아프리카를 제외한 사하라사막 이남의 이른바 '블랙 아프리카' 국가들이었다. 이코노미스트 계열의 경제 분석기관인 EIU는 올해 이들 블랙 아프리카의 성장률은 세계 평균(2.1%)의 두 배를 훌쩍 넘는 5.0%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년부터 향후 5년간 급성장할 세계 10개국 가운데 7개를 아프리카로 지목했다. 이들 역시 에티오피아ㆍ탄자니아ㆍ가나ㆍ나이지리아 등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사하라 이남의 블랙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실제로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습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승용차로 둘러본 남아프리아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도심은 여기가 영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거리의 교통 시스템은 말끔하게 정비돼 있었고 고층 건물이 밀집한 지역은 유럽 어느 도시의 스카이라인 못지 않았다. 샌튼시티에 자리한 쇼핑몰에는 세계 각국의 명품 매장들이 즐비했다.

에티오피아에서도 대대적인 도시 정비사업으로 전국의 빈민촌이 빠르게 변신을 모색하고 있었다. 시내뿐 아니라 아디스아바바 외곽의 제모 지역에서는 총 8만가구 규모의 대단위 개량 주택을 건설하는 공사로 연일 분주한 모습이다.

◇젊은 인구와 풍부한 천연자원의 보고=아프리카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가는 두 바퀴를 꼽자면 젊은 인력과 풍부한 천연자원을 들 수 있다. 아프리카의 인구구조는 다른 신흥경제권에 비해 젊은 층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다. 2010년 기준 24세 미만 인구 비중은 60.1%로 인도(49.4%)와 중국(35.8%)을 압도한다. 아프리카의 노동인구는 2029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 이어 2036년에는 인도까지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아프리카의 미래를 이끌어갈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방증이다.



전세계가 아프리카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확한 매장량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천연자원에 있다. 아프리카는 2010년 기준 세계 원유 매장량의 9.5%, 세계 가스 매장량의 7.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원유 매장량은 10년 전에 비해 1.4배나 늘어나며 같은 기간 중앙아시아(1.1배)와 중동(1.0배)의 증가속도를 능가한다. 아직 땅 속에서 잠자고 있는 원유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전세계 원유생산에서 아프리카의 비중은 2010년 12%에서 2020년 25%로 두 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셸ㆍ엑손모빌 등 글로벌 메이저 오일 메이커들은 물론 중국의 국영석유회사들도 속속 아프리카로 몰려드는 이유다. 아프리카의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하루 원유 생산량을 현재 210만배럴에서 2020년까지 400만배럴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량도 앞으로 기존 생산규모에 육박하는 2,000만톤가량을 추가로 확대할 방침이다. 나이지리아가 2020년까지 세계 20대 산업대국에 들어선다는 야심 찬 비전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막대한 지하자원 덕분이다.

이 밖에도 아프리카는 전세계 매장량의 95%에 달하는 백금을 비롯해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과 코발트ㆍ크롬 등 다양한 광물이 매장돼 있다. 또 전세계 가용 농경지의 60%에 해당하는 광활한 미개발 토지 역시 아프리카의 또 다른 보석이다.

◇무한한 가치를 지닌 거대한 소비시장=아프리카는 최근 '자원의 보고'를 넘어 소비시장으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소수의 부유층들이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를 견인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부가 점차 축적되면서 소비층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프리카 경제의 심장부인 남아공의 경우 가전매장에서 판매되는 TV 가운데 LCD 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70%대에서 올해 90%로 대폭 늘어났다. 앞으로 디지털 방송 규격에 대한 합의를 통해 HD 콘텐츠가 제공되고 인터넷 환경이 개선되면 기존의 평판TV는 물론 스마트TV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는 게 현지 삼성전자 관계자의 전언이다. 휴대폰도 상황은 마찬가지. 아직 대다수의 현지인들은 노키아의 구형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비즈니스맨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들려져 있었다.

실제로 아프리카개발은행(ADB)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중산층은 지난 30년간 3배나 증가해 3억1,300만명에 달한 반면 빈곤층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더욱이 계속되는 도시화는 향후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폭발적인 소비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진욱 삼성전자 서부아프리카 법인장은 "아프리카는 최근 연간 20% 이상 성장하는 블루오션"이라며 "잠재적 소비자인 젊은 인구가 많은데다 수년 내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될 경우 더욱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부정부패ㆍ정정불안ㆍ범죄ㆍ질병 등 아프리카 발전의 발목을 잡아오던 위험요인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특히 아프리카의 각국 정부는 무역자유화, 가격ㆍ환율 규제 완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아프리카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00년 110억달러에서 2010년 550억달러로 10년 만에 5배 넘게 늘어났다.

최종현 주 나이지리아 한국대사는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치적 안정을 기반으로 앞다퉈 경제성장에 매달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앞으로 10~20년 뒤의 먹거리는 아프리카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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