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 비교하니… 한국 왜 이렇게 사나
한국 주당 근로시간 44.6시간…OECD 최장임금수준은 ‘중간’…노동생산성이 낮아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긴 44.6시간이나 되지만 임금은 중간 수준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6일 기획재정부는 ‘한국 고용의 현주소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주요 고용지표 비교’ 보고서를 통해 고용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4.6시간으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었다. 다만, 최근 5년 사이 근로시간 감소속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연평균 실질임금은 3만5,406달러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중간 정도였다.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23번째였고, 단위노동비용 증가율도 0.7%로 낮은 편이었다. 이는 임금이 노동생산성과 비례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업률(3.5%)과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의 비중(6.8%)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편이었다.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와 높은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에 따른 착시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활동참가율은 66.2%로 OECD 평균(70.6%)에 못 미쳤다. 특히 청년층과 25~54세 여성의 참가율이 저조했다. 고학력화와 군복무, 결혼과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이 원인으로 꼽혔다.
고용탄성치(경제성장률 대비 취업자수 증가율)는 0.29로 독일(0.93), 호주(0.86), 프랑스(0.47) 등 선진국보다 낮았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취업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취업유발계수(10억원 당 취업자 수)가 높은 서비스업에 취업자 비중이 작은데다 기업의 국외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용분야 재정지출 규모는 2007년 0.38%에서 2010년 0.76%로 배 이상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실업률이 높은 나라는 실업급여 지출 비중이 높아졌지만 한국은 일자리사업 등 적극적 고용정책을 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학력ㆍ기업규모ㆍ성별ㆍ고용형태ㆍ지역 등 임금 격차를 일으키는 요인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ㆍ하청 구조에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여성이 선호하는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자영업은 노동시장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지만 특정 부문에 지나치게 집중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노동생산성이 낮은 부문에 취업자가 늘어나는 점을 우려했다. 생계형 창업에는 신규 진입을 억제하고 기존의 자영업자에게는 직업훈련과 생계비 지원 등 출구전략을 제공하는 자영업 구조조정을 제시했다.
취업자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설비투자를 늘리고,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고부가 서비스산업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경제의 고용창출력을 높이려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유연근로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확산해서 신규 인력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의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보육지원을 늘리고, 청년들의 사회 진출 연령을 낮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 근로자들이 정년보다 이른 53세 무렵에 퇴직하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 시기를 늦추고 전직을 지원하는 제도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 실업률이 고용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므로 국제노동기구(ILO) 국제표준을 검토해 ‘노동저활용지표’ 같은 고용보조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자리 창출 모멘텀을 이어가려면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의 범위를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로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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