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강원ㆍ충북ㆍ경북 등 내륙을 돌며 거리유세에 나선 지난 12일 오후. 주호영(47)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수행실장과의 통화는 좀체 이뤄지지 않았다. 수행실장으로서 유세장과 이동차량을 오가며 후보를 ‘그림자’처럼 밀착 수행하는 만큼 짬을 내기가 만만치 않은 탓이다. 이날 밤늦게까지 전화 인사만 주고받기를 4~5차례. 결국 13일 이른 아침 어렵사리 통화가 됐다. “죄송합니다. 어제 후보 일정이 밤11시에 끝난데다 이것저것 마무리하고 나니 12시가 됐더군요. 지금은 서울역입니다. 오늘 대구와 부산에서 유세가 있거든요.” 주 실장에게 이 후보가 나서는 지역의 유세 현장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이 후보는 즐겁게 유세에 임합니다. 그러다가도 현 정부의 실정만큼은 신랄하게 비판하죠.” 그는 특히 “이 후보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를 빗대 ‘노무현 정부의 인기가 떨어지자 새 당을 만들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외칠 때는 청중들의 반응이 최고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주 실장은 전국 각지의 유세 현장을 돌며 후보와 별도로 지역 민심도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 12일에는 대구ㆍ경북 지역 기업가들과의 모임을 통해 생생한 지역 민심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각 분야 중 공공 부문의 비효율과 부조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일 크다”며 “민간에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답게 확 뜯어고쳐달라는 것이 지역 기업가들의 요청”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에게 주 실장은 ‘2%’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꼭 필요한 존재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후보에게 불교계 마당발인 주 실장이 종교적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주 실장은 매년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연등을 달거나 안부 전화를 하는 사찰이 500여곳에 이를 정도로 불교계와 폭넓게 교제하고 있다. 요즘에도 바쁜 일정을 쪼개 불교 관련 행사를 꼭 챙긴다. “처음에는 불교계에 이 후보를 미덥지 않게 보는 정서가 있었어요. 하지만 꾸준히 이 후보를 알리기 위해 공을 들여 이제는 이 후보에 대한 오해는 거의 없어졌죠. 요즘에는 오히려 불교계에서 나라를 바로 세워달라고 격려할 정도입니다.” 경북 울진 출신으로 대구 능인고와 영남대 법대를 졸업한 주 실장은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17대 국회(대구 수성을)에 진출했다. 2월 한나라당 경선 때 이 후보 캠프에 합류,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이 후보의 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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