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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로봇수술 이용땐 하부 직장암 환자도 항문 보존 가능

● 직장암

김선한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우리 몸 속 모든 장기는 각자의 역할과 자리가 있지만 암 등의 질환으로 인해 수술을 하고 나면 예전과 다르게 사회생활이나 행동반경에 제약이 생겨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단순히 종양을 완벽하게 제거했다고 해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보기 어렵다.

제거는 물론, 가능하다면 장기를 온전하게 보존해 재건함으로써 제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완치 이상으로 수술 이후 환자의 삶에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직장암 수술을 들 수 있다.

항문 바로 위인 직장에 암이 생겨 수술을 하는 경우에는 항문을 보전하기가 쉽지 않다. 항문을 제거해 장루(인공항문)를 만들게 되면 환자는 복부에 인공적으로 장을 연결해 배설을 하게 되는데 배변조절능력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ㆍ사회적으로 삶의 질에 전반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다행히도 본원에서는 최근 로봇수술을 이용해 암 종양이 항문에서 3㎝~4㎝ 이내로 가까이 위치한 하부 직장암 환자들도 항문을 보존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40대 초반의 한 직장암 환자는 일년 전 다른 병원을 방문해 방사선 치료를 받을 당시 의료진으로부터 기존의 수술기법으로는 직장암이 항문과 너무 가까워 항문과 직장을 모두 절제한 후 영구적으로 장루를 찰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젊은 나이에 인공적인 배변 기능을 만드는 것이 싫어 수술치료를 포기했던 환자는 이후 일년간 민간요법에 의존했으나 증상이 악화돼 다시 그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암은 더 악화돼 전립선까지 퍼진 상태로 이제는 장루뿐 아니라 암세포가 붙어 있는 전립선까지 제거하고 소변 기능을 위해 영구적인 요루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절망적인 진단을 받았다. 이 환자는 결국 항문을 보전할 수 있는 다른 수술방법을 찾아 본원을 방문해 어렵게 수술을 결정했다.

환자가 인공항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워낙 강해 수술 후 삶의 질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기존의 전통적인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로는 집도가 어려워 가장 최신 의료기술인 로봇수술을 선택했다.



먼저 비뇨기과 전문의가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을 이용해 전립선에 침윤된 암을 제거하고 뒤이어 대장항문외과에서 로봇을 통해 항문 괄약근을 최대한 살리며 직장암을 제거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우측의 대장암은 복강경으로 제거함으로써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골반 내 협소한 공간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정교하고 세밀한 수술은 로봇과 같이 의사의 손과 눈을 대신하는 최신의료기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직장은 좁은 골반 뼛속 깊이 다른 장기들과 함께 있고 대소변 기능 및 성기능과도 밀접히 연관돼 정확한 시야와 안전한 접근방법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술하기 어렵다.

로봇수술 시스템은 환부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3D 입체화면을 10배 확대해볼 수 있어 의사가 종양 근처에 있는 많은 혈관 및 신경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신의료기술이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할 수는 없으며 개개인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선택이 필요하지만 보다 많은 치료의 선택권이 열린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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