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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도요타의 대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라브(RAV)4'는 아직 국내에서는 빛을 보지 못한 모델이다. 하지만 라브4는 전 세계적으로 300만대가 넘게 팔려나갈 정도로 명실공히 글로벌 베스트셀러카의 반열에 올라있다. 특히 라브4는 기존 SUV의 기본을 이루던 프레임 방식 대신 승용차에 사용되던 모노코크(보디와 프레임이 하나로 돼있는 구조) 방식을 최초로 적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라브4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어딘가 모르게 밋밋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이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운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 비하면 라브4는 한 눈에 반할 만큼의 유려한 디자인과는 결코 거리가 멀다. 물론 2005년에 등장해 다소 철 지난 디자인이라는 점을 간과할 순 없을 터.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샘솟는 '훈남'처럼 라브4 역시 타면 탈수록 도요타가 자랑하는 대표 SUV라는 진가가 서서히 드러난다. 먼저 라브4는 '도심형 컴팩트 SUV'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기존 SUV와 세단의 장점을 골고루 소화하고 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낮게 설계된 후드라인은 운전자가 느끼는 시야각을 한층 넓혀주며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차량 후면에 달린 스페어타이어는 날렵하고 세련된 도심형 SUV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국내 주행환경과 정반대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열리는 후면의 도어게이트는 짐을 싣고 내리는 데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차량 외부에 장착한 스페어타이어는 그만큼 넓은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뒷좌석 시트를 눕히지 않은 상태에서 골프백 2개가 여유롭게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는다. 바닥의 테크를 들어올리면 언더 플로어 스토리지가 마련돼있어 또 다른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며 트렁크의 펜더 안쪽에는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있어 야외활동이 잦은 운전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스타트 버튼을 길게 누르고 주행을 시작하자 라브4의 진가가 발휘된다. 그동안 SUV는 당연히 디젤엔진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서일까. 마치 세단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정숙한 엔진음은 SUV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할 정도다. 서서히 속도를 올리자 조용하고 부드럽게 반응하며 빠르고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잇따른 코너링과 고속주행에도 울렁거림 없이 안정적인 승차감 역시 세단의 그것을 쏙 빼 닮았다. 강력하게 차체를 잡아주는 브레이크시스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 특히 2010년형 모델에 새롭게 적용된 운전석과 조수석의 액티브 헤드레스트는 후방 충돌 시 즉각 앞으로 이동하며 탑승자의 충격을 최소화시켜 준다. 다만 최신 경쟁모델에 비해 아직 4단 자동변속기에 불과한 사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엔진은 4기통 2.5리터 가솔린 모델을 탑재했으며 최고출력은 182마력, 최대토크는 24.1kgㆍm. 가격은 부가세 포함해 2륜 구동 3,210만원, 4륜 구동 3,490만원(럭셔리 모델은 3,690만원)으로 수입 SUV치곤 비교적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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