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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서비스산업에서 찾자] 법률·회계 글로벌화 박차를 고비용·저품질 구조 탈피 "해외공략 강화하라"가격 낮추고 서비스 질 높여 안방 법률시장 지켜내고외국 진출 국내기업들 자문도 맡아 국부유출 막아야 김홍길기자 what@sedc.oc.kr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국내 법무법인(로펌)의 경쟁력이 퇴보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해 국내 60개 기업의 사내변호사를 대상으로 국내 법무법인(로펌)이 해외 로펌에 비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는지 설문조사한 결과 60%가 “보통수준”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07년 설문조사(64%) 때에 비해 오히려 낮아진 수치다. 이러는 사이에 외국계 로펌들의 안방시장 장악 구도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국내 로펌들이 국내 경제회생에 일조하기 위해서는 고비용 저품질 구조에서 벗어나고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공격적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 해외 인수합병(M&A)은 대부분 외국 로펌 차지=지난해 7월 법무법인 율촌은 국내 제과업체인 롯데제과가 벨기에의 초콜릿 제조사인 길리안의 지분을 100% 인수하는 딜을 단독으로 성공시켰다. 국내 기업의 해외 M&A는 지금까지 대부분 해외 로펌이 독식해왔지만 율촌이 유수의 외국 로펌을 제치고 독자적으로 딜을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로펌이 독자적으로 해외 M&A 딜을 수행한 것은 김앤장이 두산그룹을 대리해 미국의 밥캣을 인수한 사례 외에는 거의 없을 정도여서 반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조는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각종 M&A 딜이 중단된 탓도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율촌의 경우 반짝사례에 불과하다”는 자조가 절로 나오고 있다. ◇고비용 저품질이 경쟁력 갉아먹는다=기업 사내변호사는 국내 로펌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로 법률자문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들었다. A기업의 사내변호사는 “국내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로펌보다는 외국 로펌에 일을 맡기고 싶다”며 그 이유로 “자문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B기업 사내변호사도 같은 값이면 철저한 서비스로 무장한 외국 로펌에 맡기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처럼 국내 로펌들이 가격(자문비용) 대비 만족스러운 상품(법률서비스)을 고객에게 주지 못하고 있어 고객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금까지 법률시장은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소위 ‘갑’과 ‘을’이 뒤바뀌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로펌들은 이제 갑이 아닌 을이 돼 고객들을 낮은 자세로 찾아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뉴스레터 발송과 세미나 개최다. 지난해 말 경제위기로 도산 문의가 늘어나자 로펌들은 앞다퉈 관련 팀을 정비하고 세미나를 열었는데 법무법인 세종은 세미나를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세종의 한 관계자는 “최근 법정관리를 대리한 쌍용자동차 측이 ‘지난해에 세미나를 듣고 세종에 자문을 맡기게 됐다’고 밝혔다”며 “세미나가 잠재적인 고객들을 잡기 위한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로펌은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주문하면서 내부를 리모델링해 리셉션 공간을 만들거나 엘리베이터까지 나와 고객을 배웅하도록 하는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서비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C기업 사내변호사는 “세계 여러 나라에 진출해 있다. 현지의 법률 문제는 현지 로펌을 쓰게 되는데 서비스나 자문내용의 만족도가 국내 로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가격 낮추고 서비스 질 높여야=일부에서는 외국 로펌에 대한 막연한 환상 때문에 국내 로펌을 일방적으로 불신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사내 변호사들은 한결같이 비용부담은 많으면서 자문내용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로펌보다는 외국 로펌에 의뢰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보였다. 이 때문에 로펌들은 가격은 낮추고 서비스 질을 높이는 쪽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국내 기업의 해외 M&A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안정되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앞으로 2~3년을 내다보고 전문 분야 강화나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현지 외국어는 물론 현지 문화나 법률체계까지 섭렵할 수 있도록 변호사 능력개발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들도 꾸준한 자기계발이 필요한데 업무량이 많다 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변호사 확충 등으로 일감을 줄이고 전문 분야에 대한 해외사례 등을 공부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해야=외국 로펌과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율촌이 롯데를 대리해 길리안 인수를 성공시킨 요인도 따지고 보면 벨기에 현지의 스티베라는 유력한 로펌을 파트너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길리안 인수를 주도한 율촌의 윤희웅 변호사는 “현지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로펌을 엄선해 좋은 관계를 맺어둔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나 경영진의 국내 로펌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나 선입견 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D기업 사내변호사는 “국내 로펌에 맡겼다가 딜을 실패했을 때와 외국 로펌에 맡겼다가 실패했을 때 돌아오는 문책강도부터 다르다”며 “CEO 등 경영진의 막연한 불신이나 선입견 때문에 해외 M&A나 중요한 딜은 거의 외국 로펌에 일단 맡기게 된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진출로 국부유출 막아라=국내 기업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로 현지에서도 법률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로펌들이 진출하지 못한 곳이 많아 국내 기업들은 언어소통에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로펌에 의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막대한 국부가 불필요하게 새나가게 된다. 이진강 대한변협 회장은 “러시아의 경우 국내 기업들은 수없이 진출해 있는데 한국 로펌의 진출은 드물다”며 “이 때문에 현지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외국 로펌에 자문을 의뢰해 막대한 비용만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국내 로펌들이 러시아 등 해외로 많이 진출해 국내 기업들의 자문을 싼 비용에 돕게 되면 막대한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mageView('','GisaImgNum_1','default','550'); ▶▶▶ 관련기사 ◀◀◀ ▶ 새회계기준 'IFRS'에 기회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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