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황이 세계 TV업계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삼성ㆍLG 등 국내 업체와 일본의 소니 등 극소수 메이저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후발 주자들은 잇따라 TV 사업을 정리하는 등 전형적인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글로벌 TV 시장은 소수의 상위권 업체가 독식하는 구조로 굳혀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TV사업을 정리하거나 축소하는 마이너급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히타치는 해외 TV시장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가와무라 다카시 히타치 회장은 “LCD TV 수출사업을 사실상 중단할 것”이라며 “일본 내 가정용 TV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파이오니아도 최근 3년간 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채산성이 떨어지는 LCD TV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대신 일본에서 3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등 다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한 때 ‘가전 3사’로 꼽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영상사업부 정리 방침을 확정하고, 조만간 TV사업을 떼어내 매각하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에 집중할 방침이다. 후발 주자들이 잇따라 TV사업을 포기하는 데는 첨단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만만찮은 데다 탄탄한 수위권 기업에 맞서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도 적잖게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TV 시대로 넘어오면서 R&D 비용은 최소한 전체 매출의 6~7% 이상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 업체 입장에서는 R&D 비용 조차 감당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성 대우일렉 사장은 “브라운관 TV 시절에는 규모가 작은 업체에도 사업 공간이 있었지만 디지털TV로 넘어가면서 메이저 업체의 과점 형태로 급변했다”고 현 실태를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불황까지 겹치면서 마이너 업체들로서는 TV 사업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돈 잡아먹는 공룡’이 돼버린 것이다. 특히 일본 업체들은 엔고까지 겹치면서 재무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반면 삼성과 LG, 소니 등 최고 위치에 올라있는 TV메이커들은 오히려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TV 시장점유율이 2007년 4분기 15%에서 지난해 4분기 17.8%로 높아졌다. LG전자는 이 기간 동안 11.7%에서 13.4%로, 소니는 8%에서 9% 증가하는 등 5위권 업체까지는 점유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TV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에다 경기 불황이 심화되고 언제 끝날 지 예측하기 힘들어 지면서 글로벌 TV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강자가 파이를 더 많이 가져가고 약자는 사업을 포기하는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중소 TV업체들이 잇따라 문을 닫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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