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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강한 세계일류기업] 시티그룹
입력2001-07-31 00:00:00
수정
2001.07.31 00:00:00
시티그룹 - 2분기 영업이익 33억弗 13% 성장>>관련기사
그들만의 독주가 시작됐다. 다른 경쟁자들은 10년만에 닥쳐온 불경기의 늪에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미국 금융가의 거대은행인 시티그룹만은 불경기를 모른채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합병으로 일반 대출에서 증권ㆍ채권ㆍ보험에 이르기까지 각종 금융상품을 백화점식으로 진열,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는데다,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 영업망을 확대, 글로벌 경영을 한 결과다.
샌포드 웨일 회장이 이끄는 시티그룹은 미국판 '금융 빅뱅'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척도로 간주되어왔다. 지난 98년 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시티은행과 투자은행인 트래블러스 그룹의 합병으로 탄생한 시티그룹은 지난해 합병한 JP모건-체이스맨해튼 그룹과 함께 미국 금융계의 양대 산맥을 구성하고 있다.
◇시티그룹의 독주
JP모건-체이스맨해튼은 아직 합병의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시티그룹은 올들어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 2분기에 미국 경제성장율이 8년만에 최저인 0.7%를 기록하고, 기업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17%나 떨어졌다.
뉴욕 월가의 이코노미스트와 애널리스트들은 이러다가 10년 장기 호황이 끝나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하지만 시티그룹은 이 기간에 33억4,0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동기대비 13%의 성장을 달성했고, 영업 규모는 203억 달러로 8% 늘어났다.
시티그룹의 팽창은 뉴욕 금융가의 경쟁사와 비교하면 금방 알수 있다. 상업 은행 부문의 경쟁사인 JP모건-체이스는 같은 기간에 수익이 3억7,800만 달러로 전년동기의 4분의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영업 규모도 옛 JP 모건 쪽에서 11%, 체이스맨해튼 쪽에서 13% 감소했다.
투자은행 경쟁사인 메릴린치는 지난 2분기에 수익이 41%나 급감, 데이비드 코만스키 회장이 투자자들의 분노를 삭이기 위해 일정을 앞당겨 스탠리 오닐 사장을 후계자로 지명하기에 이르렀다.
시티그룹도 경기 둔화를 맞아 허리띠를 졸라매기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다. 그룹은 1분기와 2분기 사이에 영업 비용을 10억 달러 줄였는데, 이는 연간 비용 400억 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0%에 해당한다.
시티은행과 살러먼 스미스바니등 전 계열사에 걸쳐 해외 영업망의 인력과 지점을 줄여 비용을 16% 줄였다. 불황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금융 빅뱅의 효과
시티그룹의 성장 비결은 은행 빅뱅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수 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영역이 합쳐짐으로써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고객에게 접근할수 있고, 전세계에 퍼져 있는 점포망이 높은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시티은행과 트래블러스 그룹의 합병(M&A) 철학은 '대형화를 통한 감량화'라는 상반된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즉 덩치를 키우되 군살을 빼면서 경쟁력을 높아자는 것이다. 두 은행을 합치면서 외형을 키우고, 동시에 관리 및 영업등 중복부문을 과감히 도려냈다.
비용 절감을 통해 이윤을 증대시키고,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을 늘리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고객이 늘어났고, 다시 이윤이 확대되는 고리가 형성한 것이 시티그룹 독주의 비결이라고 할수 있다.
3년전 합병당시 시티은행 측의 존 리드 회장은 "우리는 환상적인 합병을 단행했다"며 "당장은 그 결과가 나타나지 않겠지만, 2~3년 후면 그 열매를 맞볼 것"이라고 말했다. 존 리드의 예언은 합병한지 3년이 지난 오늘에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시티그룹은 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통합하면서, 시중은행의 여수신 업무와 증권ㆍ보험ㆍ채권을 망라해 금융산업의 백화점식 경영이 가능해 졌다. 은행규모가 커지면서 자금유통이 원활해지고, 대형 프로젝트 금융을 따기 쉬워졌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가 식품 계열사인 크래프트 푸드를 분리하면서 87억 달러의 주식을 증시에 상장했을 때, 시티그룹 계열사인 살로먼 스미스 바니가 주도한 컨소시엄이 이 사업을 따냈다.
미국 증시 사상 두번째로 큰 물량이었던 크래프트 상장에는 메릴린치, 골드만 삭스등 월가의 내로라는 투자은행이 경쟁적으로 참여했으나, 시티그룹이 전계열사를 동원해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것이 월가의 정설이다.
시티은행이 특정기업에 싼 금리의 자금을 대주고, 그 대가로 다른 계열사인 살로먼 스미스 바니가 그 기업의 증시 상장 또는 채권 발행등의 사업을 따낸다는 것이다.
당시 메릴린치의 코만스키 회장은 "대형 은행들이 완력을 사용해 우리를 겁주고 있다"며 시티그룹을 겨냥해 비난을 퍼부운 적이 있다. 그렇지만 독자 생존을 주장해온 메릴린치와 골드만 삭스는 지난 세기말에 미국에서 열병처럼 번진 은행 합병을 거부한 대가를 지금에서 톡톡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영업망 확대
시티그룹은 세계적인 점포망을 형성하고 유럽 단일 시장에 맞서 대형은행, 백화점식 은행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국제 소매부문 영업에서 19%의 이익 신장율을 기록했다.
시티그룹은 일단 미국내 영업에서 선두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젠 글로벌 세계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
시티은행은 지난 5월 멕시코의 2위 시중은행인 바나멕스를 125억 달러에 매입했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교역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확용하고, 미국내 멕시코계 이민자에 영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시티그룹은 지난해 해외부문에서 ▦카드부문에서 일본의 다이너스, 캐나다의 트러스트, 영국의 어소시에이츠를 ▦소매금융부문에서 인도의 내이션와이드 은행을, ▦투자은행으로 유럽의 슈뢰더 은행을, 스위스의 제네바 그룹, 오스트레일리아의 HSBC의 브로커망을 각각 인수했다.]
이머징 마켓으로는 폴란드의 뱅크 핸드로이, 이집트의 EFG 은행을 인수했다. 미국내 합병은 끝냈지만, 세계시장에서의 인수와 합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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