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 주요 금융투자 기관들은 전쟁 등 위기상황 발생에 대한 비상 매뉴얼을 마련해 놓고 있다. 먼저 국내 주식거래의 중심인 한국거래소는 전쟁이 나거나 전쟁 직전의 위기상황에 초래되면 거래소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즉시 설립한다.
금융당국과의 협조 하에 장 유지, 장 시간 단축, 휴장 등의 단계를 결정한다. 폭격 등으로 전산이 마비되는 상황에서도 전체 컴퓨터의 일부만으로도 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도 있는 만큼 공격 등으로 거래소 시설 일부가 손실될 경우 컴퓨터 단 한 대만으로도 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책이 마련돼 있다"며 "전면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 이상 시스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시 시스템도 2~3중으로 백업 돼 전국에 분산돼 있다.
실물주권을 보관하는 한국예탁결제원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전시 상황이 발발하면 백업된 전산자료와 유가증권을 일산 등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시켜 언제든지 인출, 재발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실물주권을 개인이 인출할 수도 있지만 분실 시 법원으로부터 재발급을 받는 등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정부가 전 금융기관에 대해 인출 금지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는 개별 인출이 가능하다. 예탁원의 위기 대응 매뉴얼인 '유가증권 소산계획'은 2급 비밀에 해당돼 공개가 금지돼 있다. 예탁원 관계자는 "매년 1회 전쟁 등 특정 시나리오 가정 하에 시스템 이동 등에 관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거래소나 예탁원처럼 증권 거래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않지만 주가 및 펀드 기준가가 일정 기준 떨어질 때마다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 위기에 대비한다.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협회 산하에 별도로 마련한 안전 계획실이 중심이 돼 정부의 지시사항을 즉각 회원사에 전달한다. 만약 정부가 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공무원들에게 전원 집합 명령을 내릴 경우 협회도 직원 전원을 소집해 회원사들이 원활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개별 증권, 자산운용사들도 각자의 컨틴전시플랜을 갖추고 매년 정기 훈련을 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전사적인 영업연속성 계획(BCP)을 구축해 두고 있다. BCP는 테러나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본사 건물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어도 곧바로 핵심 업무를 복구할 수 있는 계획을 의미한다. 삼성자산운용도 재난 발생 시 대체 사업장을 구비, 1년에 한번씩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