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91ㆍ사진)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1년째 국내에 머물면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경영'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홀수 달은 한국, 짝수 달은 일본에 머물며 한일 롯데의 경영을 챙겨온 업무 관행이 30년 만에 중단됐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셔틀경영 중단이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를 책임지는 두 아들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수순이라고 점치고 있다.
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요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겸 숙소에 머물며 매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경영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국내에 계속 체류하고 있다. 대지진 이후 신 총괄회장이 일본에 머물렀던 것은 지난해 10월 약 보름간의 일정으로 다녀온 게 전부다. 사실상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뒤로는 거의 1년째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셈이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 계속 머물고 있는 이유는 일본 내 여진 및 방사능 위험 때문에 일본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주변의 만류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921년생(호적상은 1922년생)으로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에 머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롯데의 무게중심이 한국으로 확실히 옮겨진 만큼 일본보다는 한국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10년 전 일본 롯데의 2~3배 정도였던 한국 롯데의 매출 규모는 현재 8배 수준까지 격차를 크게 벌렸다. 또 한국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서울 잠실의 123층짜리 롯데슈퍼타워 건설을 비롯해 롯데몰과 아웃렛사업 등 챙겨야 할 현안들이 많은 점도 한국 체류기간을 늘리는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최근 국내에 머무는 동안에도 롯데몰 김포공항과 파주 롯데아울렛 등을 수시로 찾으며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의 셔틀경영 중단이 각각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를 책임지고 있는 두 아들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즉 본인이 직접 매달 양국을 오가며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두 아들의 책임경영제제가 본궤도에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현재 일본 롯데는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차남인 신동빈 롯데 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2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며 경영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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