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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기업공개(IPO)시장은 먹을 것이 없는 '소문난 잔치'였다. 증시 상승과 더불어 IPO 시장이 활황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올 들어 현재까지 IPO를 완료한 기업은 포시에스(189690)·세화아이엠씨(145210)·엔에스쇼핑(138250)·유지인트(195990) 등 4개사에 불과했다. 공모 규모 면에서도 엔에스쇼핑만이 2,063억원으로 1,000억원을 넘겼을 뿐 포시에스 118억원, 세화아이엠씨 213억원, 유지인트 309억원 등으로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동안 투자 대상을 찾지 못했던 공모주 투자자들이 이제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다음달까지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세미콘라이트·픽셀플러스·싸이맥스·에스엔텍 등이 공모에 나서고 코스피시장에서는 SKD&D(595억원)도 500억원 규모로 IPO를 진행한다. 이들 기업까지 포함한 올 상반기 전체 공모 규모는 4,0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유가증권과 코스닥의 공모 규모는 스팩까지 포함해 각각 3조5,000억원(7개사), 1조4,000억원(71개사)으로 4조원에 육박했다. 만약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IPO 성적을 내려면 하반기에 4조원대의 공모가 진행돼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여기에 대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만도 미래에셋생명·토니모리·이노션을 시작으로 LIG넥스원·티브로드홀딩스·AJ네트웍스·제주항공·롯데정보통신·셀트리온헬스케어 등 10여개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SK루브리컨츠라는 대어급 IPO가 급진전되면서 전체 공모 규모가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닥 상장도 훈풍이다. 한국거래소는 10개 이상의 코넥스 상장사들이 코스닥시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코스닥 공모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준대어급 업체들의 상장이 가시화되면서 공모주 투자 열기도 되살아날 조짐이다. 곽상준 신한PWM 팀장은 "중량감 있는 기업들의 IPO가 속속 발표되자 투자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특히 미래에셋생명과 SK루브리컨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국내 증시의 상승세도 공모주 투자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9.3% 상승했고 코스닥지수는 올해 27.3% 뛰어올랐다. 공모주에 투자할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올해 1호 IPO였던 포시에스는 상장 후 3개월이 지난 이달 15일 1만1,650원으로 장을 마쳐 공모가(9,100원) 대비 28%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지인트도 지난 15일 종가가 2만원으로 4월13일 상장(공모가 1만5,000원) 후 한 달간 33.3% 상승했다.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쏠림을 우려해 IPO 기업들 사이에서는 눈치 작전도 벌어지고 있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중량감 있는 기업과의 IPO가 잇따르자 중소형 기업들은 IPO 일정을 조절하고 있다. 지난해 말 IPO가 집중됐던 것도 삼성SDS와 제일모직과의 상장 일정이 겹치는 것을 피한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4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토니모리는 보름이나 늦게 청구서를 제출한 미래에셋생명이 상장심사 간소화 절차 수혜를 받아 상장 일정이 겹칠 것으로 예상되자 상장을 오는 6월로 앞당기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토니모리 정도의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정면돌파해도 충분히 흥행 가능성이 있지만 보다 확실한 흥행 성공을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처럼 초대형 IPO는 없지만 준대어급 기업들이 하반기 상장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 후 주가 전망과 청약 경쟁률 등을 감안해 선택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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