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이어 오는 5월 유럽연합(EU)과도 FTA 체결을 위한 공식협상이 시작된다. 정부는 우리에게 민감한 품목인 쌀 등 농업 분야에서 EU가 미국보다 개방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한미 FTA보다 수월하게 협상을 진행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U의 경제규모(GDP)는 지난 2005년 기준 13조5,000억달러로 미국(12조5,000억달러)보다 크다. 우리의 수출도 지난해 기준 492억달러로 대미 수출을 앞서 FTA의 경제적 효과는 오히려 한미 FTA에 못지않다는 분석이다. 8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EU이사회는 EU집행위원회가 올린 한국과의 FTA 협상안을 4월 말 추인할 예정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EU이사회의 추인이 나는 대로 EU와의 협상안을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올려 다음달부터 본격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공식 선언한 후 지난해 5월 EU가 필리핀에서 열린 한ㆍEU 통상장관회담 등을 통해 한ㆍEU FTA 협상을 공식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EU와의 FTA는 쌀ㆍ개성공단ㆍ자동차 등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고려해야 할 쟁점이 많았던 미국과 달리 한미 FTA 협정문의 개방폭을 넘지 않는 선에서 무난히 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의 초민감품목인 쌀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EU는 전통적으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중시, 상대국의 민감품목을 인정하는 통상정책을 써왔다”며 “비록 세계 농업시장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지만 EU 각 회원국들이 이처럼 농업 개방에 대해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 농업 개방이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FTA 목표시한을 내년 말로 설정할 예정이지만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과는 달리 강제적인 것이 아니어서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만약 EU와의 FTA가 체결된다면 농업 분야에서 돼지고기ㆍ닭고기ㆍ치즈ㆍ포도주 등 일부 품목의 수입이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외의 품목은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5년 우리의 EU산 농수산물 수입액은 스카치위스키(2억2,000만달러), 돼지고기(2억5,000만달러) 등 총 14억3,000만달러였다. 그러나 서비스나 자동차ㆍ의약품ㆍ화장품 등의 분야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실제 EU는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 현안으로 지적재산권 보호, 가솔린 차량의 배출장치 기준, 의약품, 위생검역(SPS) 등을 거론하고 있으며 법률ㆍ금융ㆍ통신ㆍ유통ㆍ교육ㆍ보건서비스 시장의 개방확대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반대로 우리로서는 자동차와 부품, 영상기기, 타이어, 휴대폰 등의 수출확대가 기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의 경우 평균 실행관세율이 4.2%로 3%대인 미국에 비해 관세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FTA를 통한 관세철폐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의 수출규모도 지난해 EU 시장이 총 492억달러로 미국(432억달러)보다 60억달러가 많아 중국에 이어 최대 수출국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편 한미 FTA 협상 당시 200명에 육박했던 우리 측 협상단 규모는 EU와의 FTA에서 50명 안팎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협상단 분과는 상품, 투자ㆍ서비스, 규범, 분쟁해결 등 4개 정도로 구성될 예정이며 우리 측 협상단 수석대표는 김한수 외교부 통상교섭본부 국장이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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