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대졸 공개채용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마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채용 규모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돼 양질의 일자리를 둘러싼 구직자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스펙'보다는 직무 역량을 중시하는 경향이 이어지면서 면접 전형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채용의 주요 특징과 기업·그룹별 대응 전략을 알아봤다.
삼성 3단계 전형서 5단계로… 포스코도 직무 에세이 신설
연간 20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삼성고시'라고도 불리는 삼성그룹의 채용 전형은 올 하반기에 크게 바뀐다.
우선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옛 SSAT)→실무면접→임원면접 등 3단계로 진행됐던 전형 과정이 직무적합성평가→GSAT→실무면접→창의성면접→임원면접의 5단계로 늘어난다.
상반기까지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과 어학성적만 있으면 누구나 GSAT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채부터는 직무 관련 에세이 등을 평가하는 1단계 전형을 통과해야만 GSAT에 응시할 수 있다. '삼성맨'이 되기 위한 첫 문턱이 높아진 셈이다.
포스코 역시 서류전형에 직무 에세이를 신설하고 이를 중심으로 서류를 평가하기로 했다. 대신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폭 늘린다. 늘려 보다 많은 지원자가 다음 단계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포스코는 올해 처음으로 자체 직무적성검사(PAT)를 만들어 언어ㆍ수리ㆍ공간ㆍ일반상식 등을 평가한다.
현대차·GS, "역사 등 인문학 소양 검증"
한글날 치러지는 현대자동차그룹 인적성 검사는 역사 에세이가 향방을 좌우한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부터 그룹 차원에서 개발한 신규 인적성 검사인 HMAT와 함께 역사 에세이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위인 가운데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인물을 골라 그 인물을 재조명하라' '세종대왕이 과거시험에 출제했던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구별법이라는 문제를 자신이 받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등 질문에 40분간 2개의 글을 써내려 가야 하기 때문에 벼락치기는 통하지 않는다. 평소 인문학적 소양을 쌓은 지원자만이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 GS그룹 역시 과거 GS칼텍스만 시행하던 한국사시험을 지난해부터 모든 계열사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LG·SK·롯데·현대重, "脫 스펙 기조 앞장"
LG·SK·롯데·현대중공업은 학력과 자격증, 수상 경력 등 '스펙'을 중시하는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하며 구직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먼저 LG는 지난해 하반기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입사지원서에 직무와 무관한 어학성적과 자격증, 수상경력 기입란은 물론 사진·가족관계·현주소 등 개인정보 입력란도 없앴다.
SK는 올해부터 입사지원서에 사진, 외국어 성적, 해외 경험 등의 항목을 없앤 '노(No) 스펙'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과 도전 정신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SK 측의 설명이다.
인턴을 통해 정식 채용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바이킹 챌린지'도 노려볼 만하다. 바이킹 챌린지는 최소한의 개인 정보와 스토리텔링 방식의 자기소개서에 초점을 맞춘 서류 심사, 오디션 면접과 심층 면접, 인턴십 후 정규 채용의 순서로 진행된다. SK그룹은 전체 인턴의 20%를 바이킹 챌린지로 선발한다.
롯데에 지원하는 구직자 역시 지원서에 사진, 수상 경력, 어학연수 경험 등의 항목을 기입할 필요가 없다. 대신 롯데는 능력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스펙태클 오디션'을 실시하고 있다.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된 에세이를 통해 자신이 왜 해당 직무에 적합한지,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인사 담당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면접도 이와 관련된 미션 수행이나 오디션 등의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암기식의 면접 준비는 곤란하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 면접에선 마트 PB상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식이다.
지난해 '창조적 실천인'이라는 인재상을 정립한 현대중공업도 스펙보다는 실무 역량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현대중공업 지원자는 회의 일정 계획, 고객 관리, 결재서류 작성 등 직무 수행 능력을 입증해야 자체 인·적성검사(HATCH)를 통과할 수 있다.
대한항공·한화, "인·적성 없애고 면접 강화"
인성과 직무 역량을 두루 평가하기 위해 면접을 강화하는 것도 최근 취업 시장의 주요한 경향이다.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화는 면접 전형 비중을 늘리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대한항공은 자체 개발한 인·적성 검사를 폐지한 대신 세 차례의 심층 면접을 통해 서비스 업종에 적합한 인재를 뽑고 있다. 한화 역시 인·적성 검사를 없애고 서류전형과 심층 면접(계열사에 따라 합숙 포함)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한다.
특히 한화에 지원하는 구직자는 올 초 신설된 한화 채용 사이트 '한화인(www.hanwhain.com)'부터 훑어봐야 한다. 지원자가 자신에게 맞는 계열사와 직무를 찾을 수 있도록 상세한 정보가 올라와 있다. 이와 함께 한화는 지난해부터 그룹 단위의 정기 공채를 없애고 계열사별로 채용 시기를 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화인에서 정보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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