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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일본경제]<중>산업전반에 퍼진 암세포
입력2002-02-07 00:00:00
수정
2002.02.07 00:00:00
실적악화에 기업들 빚더미… 유일한 희망 제조업도 신음'산업 전반 곳곳에 암초'
악성 부실채권으로 신음하는 금융권은 물론, 건설과 유통 그리고 일본의 마지막 희망이던 전통제조업마저 실적악화라는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일본 산업 전반에 희망이 빛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스탠다드 앤 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줄줄이 일본 경제 전분야에 걸쳐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일부에서는 현재의 일본 산업계를 암세포가 몸 곳곳에 퍼진 '말기 암 환자'에 비유, 구조개혁이라는 수술만이 살 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도처에 퍼진 암세포
지난 1990년대 초 거품 경제가 꺼진 후 일본 민간은행들은 부실채권에 발목을 잡혀왔다. 지난해 9월말 현재 회수 불가능으로 판정난 부실채권은 무려 36조8,000억엔. 10월 이후에도 대기업 부실이 늘어나 지금은 40조엔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있다. 일본 상장사 중에서는 부채가 500억엔을 넘으면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66개에 달한다.
특히 파산 위기에 몰려있는 일본 최대 유통업체 다이에의 경우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방침에도 불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후지타, 구마가이구미, 하세코, 미쓰이건설 등 대표적 '굴뚝 산업'인 건설업체들도 빚더미에 깔려 있긴 마찬가지다.
◆ 마지막 희망, 제조업도 '암울'
최근 10년의 장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제조업 덕분이었다.
그러나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생산구조와 함께 중국의 맹렬한 추격, 일본 업체들의 탈(脫) 일본 러시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최근 상황이다.
엔약세에 힘입어 수출이 다소 호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지난 해 일본 제조업의 쌍두마차 자동차와 전자 분야의 수출 급감 소식은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첨단기술업체들 역시 자금 부족으로 신규투자가 어려워 한국, 미국 등 해외 경쟁업체들에게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NEC, 후지쓰, 도시바 등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들은 일제히 실적 악화를 경고하고 있는 상태. 자금 사정이 어려운 이들에게 신규 투자 여력이 있을 리 없다.
한편 수출경쟁력이 있는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서비스 산업도 장기 불황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비스 비용의 증대가 제조업의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간 부문이 강하고 기술과 자본도 충분하기 때문에,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도처에 퍼진 암세포를 단번에 제거한다면 회생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일부의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그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노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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