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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월가 투자자, 외국주식 매입 열기
입력1999-11-24 00:00:00
수정
1999.11.24 00:00:00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한국의 인터넷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됐을때 뉴욕 월가의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청약경쟁율이 22대 1을 넘었다. 홍콩의 「차이나.컴」이 지난 7월 상장했을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미국 투자자들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 주식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외국 기업이라면 적어도 그 나라에서 블루칩이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다. 또 까다로운 미국의 증권법규를 준수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현지 투자에서 안아야 할 위험을 줄일수 있다. 따라서 종목을 잘 선택하면 높은 수익율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17일 두루넷이 나스닥 첫거래에서 공모가의 두배로 폭등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같은 날 스페인 인터넷 회사인 「테라 네트워크」가 나스닥에 데뷰했는데, 거래가격은 공모가의 3배나 폭등했다. 스페인어권의 인터넷시장 잠재력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외국주식을 살 수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외국회사의 주식예탁증서(DR)을 사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세계 최대 증시를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누리고 있고, 외국기업은 뉴욕의 풍부한 자금시장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이후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DR의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증시 투자자들에겐 해외기업 선택의 폭이 커졌고,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뱅크오브뉴욕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 상장된 DR의 종류는 90년에 176개였으나, 98년말 현재 505개로 늘어났다. 다우존스사가 선정한 유럽의 블루칩 50개 종목중 29개가 뉴욕에 상장해 있다. 뉴욕의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채 장외에서 거래되는 외국기업도 많다. 상장회사외 비상장회사를 합쳐 뉴욕에서 거래되는 외국주식은 98년말 현재 1,415개로 90년의 836개보다 1.7배나 증가했다.
미국인들의 해외 주식매입은 크게 두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첫째는 해외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를 통해 현지의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이고, 둘째가 뉴욕증시를 통해 외국기업의 DR을 사는 경우다.
미국 투자자들이 외국의 현지 증시에서 원주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그렇지만 최근들어 뉴욕증시에서 DR를 직접 사는 경향을 커지고 있다. 시티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해외 주식보유액중 DR 보유비율이 94년에 23%였으나, 98년엔 36%로 높아졌다.
DR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미국 은행들도 고객 잡기에 혈안이다. 시티·JP 모건·뱅크오브뉴욕은 DR 관련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직접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브로커를 통해 DR을 매입할때 1회 거래에 29~100 달러의 수수료를 줘야 한다. 은행들은 거래당 9.5 달러에 DR을 직접 살 수 있다며 고객을 설득하고 있다.
JP 모건의 조사에 따르면 올 3월말 현재 미국인들의 주식 보유규모는 16조 달러. 이중 7.6%인 1조2100억 달러가 외국주식이다. 미국인들이 보유한 DR 시가총액은 3.2%인 515억 달러에 불과하다. 엄청난 DR 시장이 외국기업에게 열려있는 셈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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