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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몸짱 열풍의 역설

특수 믿고 닭 공급 늘렸지만 실제 소비량은 제자리 걸음

닭고기 가격 되레 20% 폭락

수입량마저 늘어나 공급과잉 구조화



얼마 전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A씨는 중국에서 온 '빅바이어'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 서울시내에 있는 고급 한정식집을 예약했다. 그러나 중국인 바이어는 A씨를 만나자마자 대뜸 '치맥(치킨+맥주)'을 먹자고 제안했다. 그렇다고 중국인 큰손을 노상에서 대접할 수는 없는 일. A씨는 수소문 끝에 점심 때 문을 여는 호프집을 찾아 치맥으로 접대를 마쳤다.

올해 치맥 열풍이 일면서 중국까지 들썩이고 있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경제원칙. 그러나 닭값은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불붙은 치맥 열풍과 몸짱 만들기 추세에 편승한 축산농가들이 공급을 대거 늘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치맥과 몸짱 열풍이 일었지만 축산농가는 재미를 보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한 셈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생닭 1㎏의 소매가격은 4,946원이다. 이는 1년 전의 6,192원에서 20% 이상 낮아진 가격이다. 닭 가격은 지난달 4,000원대 진입 이후 소폭 반등했지만 이달 다시 주저앉았다. 4,000원대의 닭 가격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가격하락은 치맥 열풍에 대한 과한 기대 때문이다. 올해는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6개월여간 약 1,400만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면서 그나마 출하량이 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공급감소는 그때뿐이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대박을 치면서 치맥이 대세로 자리 잡은데다 브라질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치킨 소비량이 늘 것을 기대하고 양계농가들은 육계 사육을 과하게 늘렸다. 하지만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열린 브라질월드컵은 물론 아시안게임조차 치킨 수요를 크게 늘리지는 못했다. 더구나 서늘한 여름으로 삼계탕용 닭 소비도 줄었다. 양계농가로서는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이어진 몸짱 열풍도 닭 공급 과잉에 한몫을 했다. 다이어트 식품인 닭가슴살 수요가 늘어나면서 닭다리 가격이 하락했다. 이에 치킨 업체들이 순살치킨에 브라질산 닭다리 대신 국내산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닭 농가들은 신호를 잘못 읽고 다시 공급을 늘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9월 육계 사육두수는 7,583만마리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5% 늘었고 냉동닭 비축물량도 1,099만마리로 지난해(483만마리)보다 12.5%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월드컵 특수 등으로 최근 2년간 하락하던 닭고기 수입량도 올 8월 기준 9만1,20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늘어나며 공급과잉이 구조화되는 상황이다.

반면 치맥·몸짱 열풍이 불고 있지만 실제 닭 소비량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1년간 닭 소비량은 2010년 10.7㎏에서 2011년 11.4㎏까지 오른 후 2012년 11.6㎏, 지난해에는 11.5㎏을 기록해 11㎏대에서 정체돼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월드컵 특수 등을 노리고 소비에 비해 공급을 과도하게 늘린 영향이 컸다"며 "시중 생닭을 냉동 비축하는 형태로 공급조절에 나서 닭 가격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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