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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부진 장기화되나

서울 3월 점유율 9개월만에 20%대로 하락<br>투자 감소 따라 제작·기획 작품 현저히 줄어<br>할리우드 대작 공세로 당분간 고전 지속될듯


한국영화 부진의 끝은 어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화계의 투자 부진과 스크린쿼터 현재 유보 결정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점유율까지 하락폭이 커지며 한국 영화가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체인 CJ CGV가 11일 발표한 '3월 영화산업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의 한국영화 점유율은 48.0%로, 전년 동기간 72.5%에 비해 24.5%나 큰폭 하락했다. 그나마 지지대로 여겨오던 50%대 점유율이 무너지며 할리우드 영화에 극장가 전체의 주도권을 넘겨준 것. 이어지는 악재와 점유율 하락으로 한국영화계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말들까지 나오고 있다. ▦끝없는 점유율 하락=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한 1,2월의 부진 뒤 한국 영화의 침체는 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두달 부진 후엔 곧 반전이 있던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3월의 부진이 극심하다. 지난달 한국영화 점유율은 서울기준 21.6%에 그쳤다. 이는 '다빈치 코드', '포세이돈', '엑스맨: 최후의 전쟁' 등 외화들이 맹위를 떨치던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20%대로 다시 하락한 것. 21.6%라는 수치는 지난 2004년 12월 16.9%의 점유율 이래 3년 만에 최저 점유율이기도 하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는 '300',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등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달 시장점유율 70.5%(서울 기준)를 기록했다. ▦투자부진에 따라 개봉작 줄고, 대규모 기획 사라져= 한국영화의 부진은 무엇보다 지난해에 비해 개봉작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데 따른 것.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투자부진으로 제작 영화의 수 자체가 줄면서 3월 한달 동안 개봉된 한국영화는 지난달 1일 개봉한 '좋지 아니한가'와 14일과 22일 개봉했던 '쏜다', '수' 3편 외에 '이장과 군수', '뷰티풀 선데이' 5편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장과 군수', '뷰티풀 선데이'는 3월 29일이 개봉일이라 3월 관객수에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이같이 개봉작 수가 줄어들면서 지난달 한국영화 서울 관객 수는 73만 명을 기록했다. 한국영화 전체 관객수가 100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4년 1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자금줄이 막힘에 따라 영화사들이 안전한 기획만 선호하게 된 추세도 점유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한반도', '괴물', '중천' 등 대형 영화들이 줄을 이은 데 비해 올해는 그 같은 기획이 눈에 띠지 않는다. 지난해 저예산과 모험적 기획으로 기대를 뛰어넘는 흥행을 했던 '달콤, 살벌한 연인'같은 모험적인 프로젝트도 안정적 기획만 선호하는 영화사들의 추세에 따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화되던 한국영화의 장르가 코미디, 드라마로 이원화된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상반기 내내 어려울 가능성=한국영화의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의문에 영화계는 "4~6월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최근 '우아한 세계', '이장과 군수'등이 흥행몰이를 하며 한숨 돌리긴 했지만, 5월 시작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를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 할리우드 직배사들은 5월 1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3'를 시작으로 '캐러비안의 해적: 세상 끝에서' '슈렉3', '오션스 서틴', '다이하드 4.0', '트랜스포머' 등 대형 블록버스터를 줄줄이 대기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영화에 이에 맞설 만한 대작은 눈에 띠지 않는다. 영화계는 장진 감독의 '아들', 이창동 감독의 '밀양', 장윤현 감독의 '황진이' 등 중견 감독들의 영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5월부터 8월에 이르는 늦봄, 여름 시즌은 전통적으로 드라마보다는 액션과 대규모 볼거리에 치중하는 영화의 선호도가 높은 기간이라 이들 블록버스터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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