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이 기업 체감경기를 4개월 만에 끌어내리고 산업생산을 2개월째 뒷걸음치게 했다. 저유가·자산효과 등으로 민간소비는 꿈틀대고 있지만 그 힘은 미약해 정부가 주장하는 '2·4분기 경기회복론'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의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제조업 BSI는 75포인트로 전월보다 5포인트 급락했다. 저유가 덕에 △2월 74포인트 △3월 77포인트 △4월 80포인트로 3개월 연속 개선됐지만 수출부진이 본격화하며 찬물을 맞았다. 하락 폭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신흥국이 '긴축 발작'을 일으켰던 지난 2013년 7월(-7포인트)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생산도 부진했다. 이날 통계청은 4월 전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1월 -1.9%로 부진하다 2월 2.2%로 반등하는가 싶더니 3월(-0.5%)에 이어 2개월째 뒷걸음질쳤다. 세부적으로 광공업생산이 1.2% 줄어 3월(-0.3%)에 비해 더 악화됐다. 설비투자도 -0.8%를 기록, 3월(-2.7%)에 이어 하락했으며 건설투자도 2.6% 쪼그라들었다.
민간소비만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그 힘은 강하지 않았다. 4월 소매판매 증감률은 전월 대비 1.6% 증가해 3월 -0.5%에서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2월(2.6%)에는 미치지 못했으며 경제성장률이 추락했던 지난해 12월(1.5%)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편의점, 대형마트 판매가 각각 9.4%, 5.9% 증가했지만 백화점은 2.1% 줄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저유가·자산효과 등으로 소비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전체 경기를 이끌 만큼 강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출부진에다 소비도 구조적 제약으로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2·4분기 경제성장률이 1·4분기에 비해 크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4분기 경제성장률은 0.8%(전 분기 대비)였으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2·4분기부터 1% 내외의 성장세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경제 활력이 자체적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와 한국은행의 추가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3월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4월 산업활동의 반등 폭이 커야 하는데 생산은 감소했고 소비회복세도 강하지 않다"며 "4월 지표만 보면 정부의 기대와 달리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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