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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일본 초저금리정책 연구 보고서
입력1999-07-14 00:00:00
수정
1999.07.14 00:00:00
권홍우 기자
「구조조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저금리정책과 대규모 재정자금 방출은 실효성이 없다」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정책연구자료 「일본의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과 시사점」의 요지다. 일본의 경험으로 보아 재정·통화정책 등 거시적인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미시적 측면에서 구조조정 작업이 선결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것.
구조조정이 원활히 마무리되지 않는 한 재정지출을 아무리 확대하더라도 건설업 등 일부 업종에만 효과가 미치기 때문에 경쟁력 제고나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특히 미진한 구조조정으로 신용위험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저금리정책은 유동성 함정에 빠지기 쉽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제로(ZERO) 수준의 금리도 효용이 없다= 일본이 본격적인 저금리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1년부터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다른 선진국가들과 달리 유독 고성장을 지속해온 일본 경제가 침체국면에 들어서자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택한 것이다.
일본은행이 91년 재할인율을 연 6.0%에서 4.50%로 인하하자 콜금리도 8.23%에서 6.31%로 동반하락했다. 이후 일본은행은 95년 9월까지 9차례에 걸쳐 재할인율을 0.5%까지 끌어내렸다.
특히 올들어 지난 2월까지 0.25%에 형성되던 콜금리를 0.15%로 내리는 등 인하정책에 채찍을 가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공급을 통해 시장금리인 콜금리의 인하를 강력유도한 것이다. 이후에도 점진적인 금리인하 유도정책으로 거래수수료를 제외한 실질적 콜금리는 0.03%까지 떨어졌다.
일본은행은 사상유레없는 제로(ZERO)금리정책 시행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상승세로 반전된 장기금리의 하락과 엔화약세를 유도, 소비·투자증대, 수출진작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소비가 전년대비 0.8%증가에 머물고 설비투자도 마이너스 10.2%를 기록하는 등 효력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업률도 악화되고 있다.
◇94조엔 투입해도 침체 지속=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 92년 이후 쏟은 재정지출만 94조엔에 이른다. 특히 98년중에는 두차례에 걸쳐 41조엔이 넘는 재정투자가 집행됐다. 수요를 부추기기 위해 공공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제정적자 누증에 대한 우려로 세출감축, 소득세 특별감면 폐지, 소비세율 인상 등 재정건전화 정책을 다시 채택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침체국면에 접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크루그만 MIT대교수 등은 장기적인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경기기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일본경제가 유동성함정에 빠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동성함정이란 금리가 더 이상 하락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수준에 도달해 모든 사람이 장차 금리를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시중유동성은 풍부하지만 실물경제는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구조조정이 선결과제= 한은 관계자는 『일본과 기본여건은 다르지만 저금리·재정지출 확대라는 점에서는 양국의 상황이 비슷한 점이 많다』며 『아무리 공적자금을 많이 투입하고 저금리정책을 유지해도 구조조정이 선결되지 않는한 경기회복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모두 64조원. 앞으로 27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외환위기 직후 30%를 웃돌던 금리도 지난해 4·4분기 이후 급속히 하락하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들어 자산시장 이상 급등에 대한 우려감으로 금리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향후 금리 인상을 점치는 것도 한·일양국이 비슷하다.
한은은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저금리정책은 부실기업이 연명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일부 업종에만 효과를 미쳐 전반적으로 비용만 투입하고 실익은 거두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금융구조조정을 먼저 마무리, 금융시스템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재정·통화등 거시적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구조조정이라는 미시적 측면의 과제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특히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다양한 물가지료를 개발해 인플레 또는 디플레 압력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물가에 대한 정확한 예측으로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동성함정에 빠지거나 인플레 가능성에 대처할 타이밍을 잃을 경우 경제회복 지연은 물론 오랜 기간동안 비싼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경고다./권홍우 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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