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과 STX조선은 시너지를 위해 △공동구매 △공동영업 △기술·시스템 노하우 공유 등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의 주재료인 후판 등 기자재 공동구매는 가장 손쉽게 효과를 낼 방안으로 꼽힌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지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과 STX조선이 각각 100만톤·50만톤의 강재를 따로 사던 것을 함께 150만톤을 구매하면 (구매비용을 낮출 수 있어) 양측에 모두 이득이 된다"고 밝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는 후판을 판매할 때 각 조선업체와 개별 협상을 하므로 값이 제각각이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대체로 주문량이 많으면 할인율이 높다. 이 때문에 정 사장의 공동구매 전략은 타당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다른 소매시장과 달리 국내 후판 시장은 공급업체와 수요업체가 뻔해 이 전략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매년 따로 사던 두 회사가 어느 순간 함께 산다고 똑같은 할인율을 적용하면 그만큼 우리 손해"라며 "기존보다 주문량을 크게 늘려야 더 깎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특정 철강업체 비중이 늘어난 만큼 다른 업체 매출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후판 가격이 이미 원가 수준까지지 떨어져 추가 할인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강업체 B사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에 중국산 물량 증가로 후판 공급과잉이 심각하다"며 "구매자 중심의 시장에서 추가 할인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결국 철강사에 비용부담을 넘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공동구매를 받아줄 철강사를 찾아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 국내 철강사들은 핵심 고객 이탈로 매출에 큰 타격을 받는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대우조선으로부터 구체적인 제의가 들어온 것은 없다"며 "공동구매가 현실화할 경우 철강업계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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