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사진)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한국경제의 체질개선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경제민주화가 필요하지만 정부의 무리한 개입으로 시장 경제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주식 매입을 통한 증시 떠받치기 형태의 정부 개입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CEO초청 월례 세미나'에 참석, '자본시장 발전과 경제민주화'에 대해 강연하며 "경제민주화가 시장 경제 질서에 위배된다는 지적은 오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한국 경제는 단편 수술로는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해부학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뒤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하나로 '소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것'을 주문했다.
과거 경제 시스템 하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떼면 아랫목부터 윗목까지 차례대로 온기가 전해졌지만, 이제는 윗목까지 열이 전달되길 기다려봐야 따뜻해지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정 기업에 의존하는 관행이 기업들의 무절제한 투자와 부채 같은 탐욕을 불러일으켜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다만 경제민주화가 시장 경제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은 "잘못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의 기본 균형이 작동하는 곳, 가격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해 수요와 공급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절대로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라며 "금융투자 부문 역시 정부가 최소한의 룰을 제대로 만들어 놓은 뒤 선수(player)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지 '이래라 저래라' 주문을 늘려서는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증시 개입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일본의 '엔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로는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본이 1993년 경기 침에 국면에 들어갔을 때도 10년 넘게 매년 1,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경기부양책을 썼지만 해결책이 못됐다" 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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