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사업 정리는 매각대금 자체보다 그룹 안팎에 던지는 상징성이 훨씬 크다. 이제부터 확 달라진 기업체질을 무기로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 뛰어들겠다.”(두산그룹의 한 관계자) 두산그룹이 지주회사 및 중공업을 중심축으로 삼아 경영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뉴두산’으로의 변신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앞으로 현대건설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국내외 M&A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종가집’ 김치를 매각한 것도 지주회사로 변신 중인 ㈜두산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그룹 이미지까지 일신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두산 관계자는 “종가집 사업은 그동안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이 1%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두산그룹이 이제 명실상부한 중공업그룹으로 변신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0년대 들어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의 무게중심을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완전히 바꿔왔던 사업구조 재편작업의 골격이 일단 마무리됐다는 얘기다. 이번 매각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선작업에도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업계에서는 식품사업부 매각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구조조정 의지를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명분과 함께 부채비율 축소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실리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11월 박용성 전 그룹 회장 퇴진 이후 오는 2008년까지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지배구조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주회사인 ㈜두산이 300%를 웃도는 부채비율로 재무구조가 취약해 지주사 전환의 최대 걸림돌로 남아 있었다. 이런 점에서 적자사업을 정리하고 매각대금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게 돼 ㈜두산의 지주사 전환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식품 분야 매각대금은 ㈜두산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투입될 것”이라면서 “㈜두산이 3년 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무 건전화가 시급해 이 같은 조치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11조5,000억원가량으로 이중 85%가 두산중공업ㆍ두산인프라코어 등 산업재 부문에서 나왔다. 그룹 관계자는 “이미 중공업그룹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한 셈”이라며 “향후 지주사 전환과 아울러 산업재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M&A를 적극 추진, ‘뉴두산’의 기반을 더욱 굳건히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은 그러나 수익성이 좋은 외식ㆍ주류사업에서 추가로 절수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다른 소비재 사업 매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두산은 주류사업 등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가치창출이 가능한 사업 부문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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