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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금융위기 넘기 시련

차관만기연장·시중은행 매각등 안간힘금융위기에 처한 나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은 아시아 위기때 입증됐고, 지금도 중남미에서 확인되고 있다. 막대한 대외채무와 금융 부실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는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차관 만기를 연장하고, 대형은행을 미국에 매각하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들 중남미 국가는 한국보다 먼저 금융위기를 겪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갚아야할 차관 200억 달러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 채권은행단과 막바지 외채협상을 벌이고 있다. 뉴욕 월가 은행들은 5~6년 만기의 채권을 30년 만기 채권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정부의 지급보증을 전제로 15%의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리는 채권 가격을 액면가의 70%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측 변호사들은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지만, 뉴욕 월가 은행들은 시장 가격임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1,280억 달러의 대외채무를 지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지난 82년에 모라토리엄(대외지급중단)을 선언했다. 90년대초에는 연간 1,000%가 넘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다 현지 페소화를 미국 달러에 등가교환하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켰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4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고도 해외차관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외채협상으로 아르헨티나는 일단 국가파산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2006년까지 500억 달러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멕시코의 경우, 2위 시중은행인 바나멕스 은행이 17일 미국 최대은행인 시티은행에 125억 달러에 매각됐다. 이로써 멕시코의 3대 시중 은행 모두 외국에 매각됐다. 멕시코는 지난 95년 외환위기를 겪었으며, 그후 막대한 금융부실에 시달렸다. 멕시코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처음엔 3대은행을 제외한 중소은행의 해외 매각을 추진하고, 은행간 합병을 장려했으나, 금융부실이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 98년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6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했고, 3대 은행에 대한 해외매각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 재무부 고위관료출신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멕시코에서는 클린턴 행정부때 멕시코 구제금융을 결정했던 로버트 루빈 전재무장관이 주요 역할을 했다. 루빈은 현재 시티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선 미 재무부 차관을 지낸 데이비드 멀포드가 채권은행단 대표로 협상을 주도했다. 결국 월가 은행들은 전직 재무부 관리들을 앞세워 떼일 가능성이 있던 해외대출을 높은 이자로 연장하고, 외국의 좋은 은행을 사들이는 재주를 보인 것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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