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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겉으론 "구제" 실제론 비협조
입력2002-11-06 00:00:00
수정
2002.11.06 00:00:00
■ 개인워크아웃제 겉돈다은행, 서류발급지점 제한·창구 아예 없기도
개인워크아웃제도가 도입 초기부터 겉돌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금융회사들이 운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금융회사간 자율협약에 의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정부 주도로 시작된데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볼 때 '빌려준 돈을 떼이는' 제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워크아웃은 '빚을 모두 떼이느니 만기연장과 원금감면으로 그나마 챙길 수 있는 만큼이라도 챙기자'는 데 대한 금융회사들의 공감대가 전제돼야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과 달리 개인 신용불량자는 수백만에 이르고 파산신청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돈을 마련해 갚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금융회사들의 동조를 구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한 250만명의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변제계획 작성시 상담해주도록 돼있는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소속 심사역이 17명에 그치고 있는 것도 활성화되지 못하는 한 요인이다.
▶ 금융회사들이 비협조적
접수가 시작됐지만 금융회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신용불량자들은 개별 금융회사를 찾아 다니며 자신의 부채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총채무가 일정 규모 이하인지 등을 확인해주는 신청적격확인서도 떼야 한다.
그러나 금융회사 창구에서는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신청자들의 요구를 제때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창구조차 없는 경우도 태반이다. 은행들은 서류를 발급해줄 수 있는 지점을 몇몇으로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홍보도 부족해 신청자들은 서류를 발급받으러 갔다 허탕치기 일쑤다.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과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아직까지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소액대출 이용자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저축은행들의 협약가입은 시급하다.
▶ 보완과제 산적
금융회사들의 끈질긴 요구로 개인워크아웃 규정에는 ▲ 신청자가 변제계획서를 작성할 때 이전 채무의 보증관계를 반드시 유지할 것 ▲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자금으로 빌린 돈이 전체 채무의 30% 미만일 것 등의 규정이 들어갔다.
그러나 아무리 보증을 선 사람이라도 이미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에 다시 보증을 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자금 여부를 어떻게 구분할지 논란이 많다.
이밖에 현재 총 2,000만원 이하의 채무가 5개 이상 금융회사에 걸쳐 있으면서 신용불량으로 등록된 지 1년 이상 지난 사람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한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신용회복지원회가 지난 한달간 실시한 상담고객 총 5,398명 가운데 1단계 신청대상에 해당하는 사람은 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신용불량 등록 후 1년이 지나야 한다는 제한에 걸려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지적이 나와 조만간 1단계에서 이 부분을 삭제하든지 아니면 바로 2단계로 넘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인회생제도와 관계정립도 필요
법무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개인회생제도와의 구분도 애매해 관계정립이 필요하다.
특히 개인회생제도가 원금감면의 상한선이 없는 반면 개인워크아웃은 상각채권에 한해 총채무액의 30% 미만에 대해서만 원금감면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등 지원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실제로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주관하는 신용회복지원위원회는 법무부에 두 제도가 서로 보완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법무부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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