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둑의 기록을 맡은 이다혜3단이 점심시간에 검토실에 들렀다. 목진석이 이다혜에게 물었다. “표정들이 어땠어?”“구리는 안절부절을 못하는 인상이었고 최철한은 바위처럼 요지부동이었어.”이다혜는 1985년생으로 목진석보다 5년연하지만 친근한 터이므로 쌍방이 반말을 하고 지낸다. 흑61이하 69로 구리는 백진을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형세는 여전히 백이 나쁘지 않다. 백76은 진작부터 노리던 공격의 급소. 우변의 흑을 위협하면서 좌하귀 방면의 흑도 은근히 엿본다목적 착점이다. “흐름상 백이 좋습니다.”목진석의 분석이었다. 우변의흑이 가쯤에 두어 달아나면 참고도1의 백1 이하 5의 공격이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는데 구리는 마치 목진석의 이 말을 엿듣기라도 한 것처럼 좌하귀 방면을 먼저 손댔다. 77이 멋진 응수타진이었다.흑의 의도는 백이 참고도2의 백1로 굴복해 주면 흑2로 두겠다는 것. 백3의 응수가 불가피한데 여기까지만 두어놓고 손을 돌릴 예정이다. 이 수순만 밟아 놓아도 참고도1과 같은 공격은 예방된다. 흑의 의도를 간파한 최철한은 백78로 끊어 실리를 취하고 본다. 필연적으로 좌하귀 쪽은 좀 당하게 되었지만 선수를 뽑아 요충인 84를 점령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최철한의 생각이다. 백84. 놓이고 보니 정말 빛나는 한 수였다. 공수 겸용의 기분좋은 다목적 착점.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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