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이나 현금 서비스 받으면 신용불량자?’ 직장인 A씨는 지난 해 초 W은행으로부터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무담보로 신용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였다. 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마이너스 통장보다도 낮은 대출금리로 1,500만원을 빌렸다. A씨는 그러나 최근 상환만기 연장을 위해 은행을 들렸다 깜짝 놀랄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신용등급이 떨어져 만기연장이 불가능해 진 것. 대출이자 연체 사실이 없는 A씨는 영문을 몰라 은행측에 따졌지만, “신용대출을 받으면 자동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져 어쩔 수 없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되돌아 왔다. A씨는 결국 붓고 있던 적금까지 깨 가며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는 등 정신적, 물질적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A씨는 “은행측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금리를 앞세워 신용대출을 권유하고 있지만, 이용자에게는 신용등급 하락 등의 치명적인 불이익이 주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시중 은행들은 자사 신용카드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휴대폰이나 메일 등을 통해 현금서비스 한도를 늘였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고객이 정작 이를 이용할 경우 역시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다. 은행측이 신용대출이나 현금서비스 이용 고객에 대해 잠재 신용불량자로 취급, 대출과 함께 자동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되도록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이나 현금서비스 고객은 경우에 따라 자동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도록 되어 있다”며 “거의 모든 은행들이 이 같은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원하는 고객은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과거 경험상 잠재적인 신용불량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에 그만큼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만기상환이나 타은행 추가 대출 등이 어려워지고, 대출금리도 인상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은행들은 대출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해 고객에게 전혀 사전 고지를 하지 않고 있다. 애꿎게 고객들만 ‘크레딧 포인트’(신용점수)가 깎여 신용불량자 취급을 받게 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A씨는 “저리로 신용대출을 해 준다고 유혹해 놓고, 몰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게 말이 되냐”며 “사전에 미리 알았다면 다른 대출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 네티즌은 “은행이 자기 상품을 팔기 위해 멀쩡한 고객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은행들의 얄팍한 상술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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