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미국과 북유럽 등과 같은 선진국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부상을 이끄는 요인인 셰일가스, 저임금 노동자의 경쟁력 약화, 혁신의 전환 등은 한국 경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앙투안 반 아그마엘(사진) 이머징마켓매니지먼트 창립자(전 회장)는 1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대신증권의 '2014 주식시장 전망'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의 게임 체인저-경쟁우위 구조의 재편 가능성(Game Changers in Global Investing - Is the competitive edge shifting again?)'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신흥시장 투자를 강조하던 그가 선진국을 더 유망한 투자처로 제시한 것이다.
그는 "한동안 경기 침체가 지속됐던 미국과 북유럽ㆍ남유럽 등에서 성장이 재개되고 있는 반면 중국을 비롯한 많은 신흥시장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의 이유에 대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는 셰일 가스, 임금격차 감소와 자동화 에 따른 저임금 노동자의 경쟁력 약화, '브레인 팩처링(brain-facturing)'으로 명명되는 혁신의 전환 등 게임 체인저로 인해 경쟁우위가 선진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을 예로 들며 "미국은 셰일가스 덕분에 가장 큰 에너지 생산국이 된데다 최근 들어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제조업 경쟁력도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의 근로자당 생산성은 중국에 비해 5배 정도 높은데 반해 그동안 중국의 임금은 400%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비용 차이도 크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미래 지식경제의 핵심인 혁신에서 선진국이 이머징시장에 앞서 있는 것도 패러다임 변화를 이끄는 요인이다. 아그마엘 전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부활을 기대하는 것은 이들이 새로운 혁신의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기존의 생산기술과 정보기술(IT), 센서, 신소재 등이 결합되는 브레인팩처링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변화가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날 "글로벌화는 이미 10년 전에 정점을 지났다"고 강조하며 "10년 후에는 글로벌 해상운송 무역이 감소하고 해외에서 수입하는 신소재보다 현장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재 생산기업, 조선사, 해운사 등의 쇠퇴를 예상한 것이다.
다만 아그마엘 전 회장은 앞으로 이머징 시장에 대한 기대가 줄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투자처로는 유망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머징시장인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국가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각각 내부적으로 에너지ㆍ정치ㆍ인프라 등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면서도 "앞으로 이머징시장의 소비자가 선진국의 2배에 달하는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등장하면서 가장 큰 구매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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