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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을 잡아라 선택2002] 이회창후보 전략

"부패정권 심판이냐, 연장이냐"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을 "부패정권 심판"으로 규정했다. 유권자들에게는 "부패정권 교체냐, 연장이냐"를 묻는 '단순한 구도'로 몰아간다는 전략이다. 지난 지방선거와 8ㆍ8재보선에서도 이 구도를 통해 압승을 이끌어낸 만큼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나라당은 나아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단일화를 이룸에 따라 "나눠먹기", "정치적 야합", "청와대 배후설" 등을 제기하면서 "단일후보 지지=부패정권 연장"이라는 논리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정영호 부대변인은 "DJ밑에서 장관ㆍ최고위원을 지냈고, DJ의 정치공작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었고, DJ가 했던 방식 그대로 밀실야합을 통해 치졸한 권력 나눠먹기로 단일화까지 했다"며 "노 후보는 낡은 정치의 화신"으로 표현하며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의 '부패정권 심판론' 주장이 호소력과 설득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시에 '노-정 갈라놓기'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즉 "정 대표의 낙마와 이익치 전 현대전자 회장의 폭로가 현정권 수뇌부에 의해 주도된 시나리오"라는 설을 유포, 틈새 벌이기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또한 노-정과의 정책적 '판이함'을 부각해 두 사람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지방유세에서 "노ㆍ정 후보 두 사람은 살아온 길이 판이하게 다른 만큼 (재벌, 남북, 교육)정책에 대한 견해도 천지차이"라며 "오히려 정 후보는 나와 더 가깝다"며 '정심'(鄭心) 흔들기에 가담했다. 노 후보측의 "세대교체", "반창(反昌)구도" 공세에 대해 한나라당은 직접 대응하기 보다는 "정권교체를 방해하기 위한 음모"라는 논리로 저지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후보단일화의 영향으로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부산민심의 이완 등에 따라 이를 만회하기 위한 '비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선거 막바지 단계에서 '포지티브' 보단 '네거티브' 선거전략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DJ후계자" 공세와 더불어 현 정권의 추가비리를 들춰내는 동시에 노 후보 개인에 대한 흠집내기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 달 28일과 1일 두차례에 걸쳐 3당 주요 정치인과 언론사 사장, 현직 취재기자 등의 통화내용을 문서로 정리한 것이라는 '국정원 도청자료'를 폭로했고 추가폭로도 남겨 놓고 있다. 이와 함께 호남권 지지도가 극히 저조한 것과 관련, 양면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으론 호남 대 비호남 구도를 통해 영남권의 결집을 호소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이 후보가 불시에 DJ의 정치고향인 목포를 찾아 '정치보복금지'를 재차 천명함으로써 호남 끌어안기에 나선다는 계획도 검토 대상이다. 한나라당은 또한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영입에 이어 이인제 의원과 자민련과의 공조도 눈앞에 두고 있다. 세 불리기를 통한 이회창 대세론을 가속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인간미 부족"과 "특권층적 이미지"라는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20~30대층의 지지세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TV토론이나 유세시 진솔하고 성실한 답변 태도, 유권자들과의 스킨십 강화, 시장방문 등 서민들을 겨냥한 행보 등을 통해 친근감을 불어 넣겠다는 복안이다. 이 후보는 유세장은 물론 당의 공식 회의장에서도 정장 대신 점퍼 차림으로 참석하고 신문 인터뷰시에도 재킷을 벗거나 노타이 차림으로 임하고 있다. 귀족적 이미지라는 세간의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정책면에 있어서는 반통일세력, 친재벌주의, 수구 및 반개혁적으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 정책공약을 다양화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 후보가 최근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부시 미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젊은층의 세 확산을 위해 당내 김부겸, 오세훈, 원희룡 등 개혁성향의 젊은 의원들과 이부영, 홍사덕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로 '새물결 유세단'을 가동해 대학가를 비롯해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다니며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후보의 리더십은 대중인기 영합주의를 경계하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후보측은 이를 결코 포퓰리즘으로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의 이익을 생각하고 국민의 의사를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원칙주의적 리더십이 엘리트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거나 권위주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후보는 유연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이 후보측의 설명이다. 이 후보는 노 후보보다 안정된 느낌을 주겠다는 계획아래 앞으로 진행될 3차례의 TV합동 토론에서는 국정수행 능력과 안정적인 이미지, 개혁성 등을 집중 부각할 계획이다. 또한 설명도 좀더 간결하고 쉽게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특히 경제분야 수치에 대해 꼬치꼬치 말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54%'라는 수치를 예로 든다면 "절반을 넘는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여성층 공략에서는 당내 '2030위원회' 내에 여성사업단을 별도로 두고 20~30대 여성 네트워크를 구축하는가 하면 젊은층 여성들과 정책간담회를 갖는 등 여성 유권자들의 고민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호주제 즉각 폐지, 국회의원ㆍ고위공직 30% 이상 여성 할당, 여대졸업자 특별취업대책 마련, 생리대 부가세 면제 등을 공약에 반영하거나 장기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유명 여성계 인사 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여성계 원로인 손경희 연세대 명예교수를 최고위원으로 임영했고 법조계 출신의 30대 조윤선, 나경원 씨를 각각 대변인 및 특보로 영입했으며, 여성운동 1세대인 이계경 전 여성신문 사장도 최근 합류했다. 이 후보는 또 "집권 후 여성총리 임명" 등을 약속하며 여성들에게 구애하고 있다. 유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인 연예인 자원봉사단도 한나라당은 대규모로 조직했다. 이덕화 유동근(탤런트겸 영화배우), 핑클 베이비복스, 설운도(가수), 남보원 한무 최병서(코미디언) 심현섭, 강성범(개그맨) 등이 돕고 있다. 또 성악가 김동규, 방송인 이상벽 허참 이상용, 국안인 박송희 김영임, 만화가 이현세씨와 체육인 유남규 심권호 김기훈 씨 등이 합류했다. <사진설명>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둘러 싸인 채 환한 표정으로 자신의 대선 기호인 1번을 의미하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김홍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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