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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안정기금 '제2증안'전락 우려
입력1999-09-27 00:00:00
수정
1999.09.27 00:00:00
정명수 기자
선물거래의 대원칙이 현물시장의 가격변동 리스크를 헤지하는 것이라고 할 때 20조원에 달하는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시장 금리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채권시장안정기금의 기본 역할이 금리를 하향 안정화시키는 것이므로 금리선물의 매수, 매도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6년 주가지수선물이 도입될 당시에도 증안기금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증안기금은 활동을 중지했었다.
선물업계의 숙원사업중 하나인 국채 선물이 상장되는 마당에 증안기금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채권시장안정기금이 활동을 시작, 선물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시장기능 무시 국채 선물은 기준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장기금리 변동에 의한 리스크 헤지수단으로 활용된다.
투신, 은행등 국고채와 회사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1차적인 수요자로서 국채 선물거래에 참여하게 된다.
문제는 대우사태이후 이렇다할 매수세력이 없는 채권 현물시장에서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우량 회사채와 국고채 등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증안기금도 주식시장의 자체적인 가격결정 능력을 무시하고 종합주가지수가 급락할 때마다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매입했다.
증안기금이라는 강력한 매수주체가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에 지수선물이 헤지 수단으로 활용될 필요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금리가 급등하면 채권시장안정기금이 개입, 금리를 끌어내릴 것이 뻔한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이 국채 선물을 거래할 이유가 없다.
선물거래소 조윤희(趙允熙) 상무는 『채권시장안정기금이 등장하므로써 국채 선물거래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활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속끓는 선물업계
선물업계는 그러나 채권시장안정기금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설립된 것이기 때문에 이렇다할 반론조차 제기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趙상무는 『국채 선물의 상장은 이미 상반기 결정된 것이어서 채권시장안정기금의 활동과는 무관하게 일정대로 거래를 시작할 수 밖에 없다』며 『선물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국채 선물상장과 채권시장안정기금의 활동이 맞물리는 것이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동양선물의 전상일(全相一) 대표도 『금리 왜곡 가능성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이 국채 선물거래에 소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 기금이 설립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기능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채권 현물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킴으로써 선물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LG선물의 박기환(朴奇煥) 사장은 『외국에도 곡물시장에는 기금이 있어서 현물가격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외환시장에서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채권시장안정기금이 반드시 국채 선물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현물 채권시장이 붕괴되면 선물시장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적절히 활동한다면 선물시장에 득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국채 선물도입 시점에 채권시장안정기금이 활동하는 것이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가 한쪽방향(상승)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것도 국채 선물거래에는 좋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
정명수기자ILIGHT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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