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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첨병 브랜드숍 세계를 홀리다] <상> 글로벌 화장품 격전지 홍콩

"한류스타 꿀피부 닮고싶어"… 한국화장품 유럽명품만큼 인기

가격대비 고품질로 강자 부상… 토니모리 연 200~300% 성장

메이크업 비법 마케팅 에뛰드… 진출 1년반 만에 매장 10개로

지난 21일 홍콩 여성들이 홍콩 최고급 화장품 쇼핑몰 하버시티 페이시스 에 지난달 오픈한 토니모리 매장에서 스네일크림 등 인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심희정기자

지난 2012년 11월 문을 연 홍콩 최대 번화가 몽콕 1호점 '에뛰드하우스' .오픈 당일2,000명 이상의 고객들이 매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사진제공=에뛰드하우스


지난 21일 홍콩 하버시티 쇼핑몰 1층 '페이시스'. 홍콩 최고의 화장품 전문 쇼핑몰인 이곳은 전세계 주요 화장품 브랜드 간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샤넬·디올·랑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가운데 낯설지 않은 한국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국내 로드숍에서 쉽게 보던 토종 브랜드숍 토니모리로 좀 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으로 현지 여성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하버시티 페이시스의 경우 유난히 한국 브랜드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았던 곳인 만큼 지난해 페이시스 측의 러브콜을 통해 4월 말 입성한 토니모리는 현지에서 큰 화제였다. 토니모리를 사용한 지 1년 반이 넘었다는 회사원 페니 웡(39)씨는 "처음에는 피치핸드크림, 토마톡스 매직 마사지팩 등 독특한 디자인과 아기자기한 아이템에 끌려 쓰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스네일크림 등 스킨케어 제품을 토니모리로 바꿨다"며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 비싼 유럽 화장품보다 한국 화장품을 쓰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가는 관문인 홍콩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의 격전지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놓치고 싶지 않은 국내 브랜드숍 입장에서도 연간 4,000만명의 중국인이 방문하는 홍콩은 중국 진출을 위한 최고의 테스트베드인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토니모리·미샤·더페이스숍·에뛰드하우스·이니스프리·네이처리퍼블릭·잇츠스킨 등 국내 모든 브랜드숍이 앞다퉈 홍콩에 진출해 K뷰티의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브랜드숍이 홍콩에 속속 상륙하기 시작하면서 홍콩 화장품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기존의 현지 저가 브랜드는 설 곳을 잃어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신 그 자리를 브랜드숍이 대체하며 유럽의 고가 화장품과 2강 체제로 재편됐다. 브랜드숍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가격 대비 높은 품질 △한류 열풍 △철저한 상권 분석 등이 꼽힌다. 특히 여성 한류 스타들이 보여준 흰 꿀피부에 대해 열광하고 미에 관심이 많은 홍콩 여성들이 늘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토니모리는 홍콩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로 통한다. 매년 200~300% 성장을 거듭해온 이 브랜드는 올해도 250%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4개였던 매장은 5개월 만에 20개로 늘었고 연내 2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숍인숍까지 포함하면 350개에 달한다. 케니 박 토니모리 홍콩 총괄사장은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주요 쇼핑몰 입점시 임대료와 위치 협상에서 유리해졌다"며 "최근 오픈한 툰문타운플라자의 경우 2년 만에 협소한 4평 이하 매장 자리를 겨우 얻어 들어갔는데 1㎡ 기준 매출이 모든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아지자 넓고 더 좋은 위치를 쇼핑몰 측에서 제안해 옮겼다"고 전했다.



K뷰티의 전파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국내에서 잘나가는 브랜드와 아이템이 홍콩에서도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국내에서 가파른 성장세인 이니스프리는 현지인뿐 아니라 중국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홍콩의 밤거리'로 유명한 관광지 몽콕은 살인적인 임대비용으로 입점이 쉽지 않지만 지난해 4월 1호점을 연 데 이어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7개월 만인 11월에는 200m 떨어진 곳에 매장 하나를 추가로 오픈했다. 제주 화산돌로 매장을 장식해 자연주의 콘셉트를 내세운 이니스프리는 특히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인 제주의 천연원료로 만든 점이 부각 돼 마니아층도 생겼다. 대학원생인 린 쉬에일라(25)씨는 "친구들이 이니스프리가 중국인 피부에 맞다고 추천해줬다"며 "전에는 아시아 뷰티 트렌드를 일본이 이끌었다면 이제는 한국이 주도하고 있어 한국 제품이라고 하면 믿음이 간다"고 전했다.

즐거운 화장놀이문화를 전파하는 에뛰드의 몽콕 1호 매장은 2012년 11월 오픈 당시 2,000명 이상의 고객이 줄을 서 진풍경을 연출하며 진출 초기부터 기대를 모았다. 당시 연일 수백 명이 밤새 줄을 서며 3일간 1억원, 1주일간 2억원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기세를 몰아 이듬해 2월 2호점을 개장했고 역시 사흘간 같은 성과를 냈다. 에뛰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6만명이 넘는 팬들과 메이크업 비법을 전수하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을 활발히 벌여 진출 1년 반 만에 매장을 10개로 늘렸다. 에뛰드 관계자는 "한류 영향으로 한국 연예인 메이크업을 추종하는 홍콩 여성들을 사로잡기 위해 크리스탈·설리 등을 모델로 기용해 K뷰티 메이크업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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