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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산업을 살리자] 4. 기계

국내기계산업의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는 지표들이다. 기계산업은 부품·소재가 다양하게 소요되고 기계의 품질과 성능이 수요산업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모든 산업기술혁신의 주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와 다르다.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는 기계부품의 국산화율은 불과 30%선. 그나마도 중요한 핵심기계나 부품들은 대부분 수입되고 일반화되고 실용화된 기술들만이 국산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과학기술부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의 기계기술수준은 이미 개발되거나 생산된 제품을 조립·가공하는 기술의 경우 일본의 80~90%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설계, 유·공압기술과 같은 고단위 기술의 경우 불과 30~40% 수준에 그치는 등 기술력이 떨어져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따라서 필요한 완제품들은 대부분 수입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고 그에 따라 필요한 부품도 역시 외국에서 들여올 수 밖에 없다. 기계나 부품을 개발해도 그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안는 것도 문제다. 최근 화력발전소에 쓰이는 「전극식 액면계」를 국산화한 A사. 그동안 외국에서 수입하던 기술을 국내최초로 개발했으나 수요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원비 받아서 개발하면 무엇하는가. 판매가 되지 않는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품을 개발해 성능도 외제에 못지 않고 가격도 훨씬 싸지만 아직 구입의사를 밝힌 업체는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이회사 기술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L부장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수요가 되따르지 않는 것은 일제가 국내기계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따라서 그에 필요한 부품조차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부품의 지난 10년간(88~98) 수출입실적을 보면 수출은 189억달러, 수입 499억달러다. 적자폭이 무려 310억달러에 달한다. 전산업의 평균 적자액이 178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배 가깝다. 그중에서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심각하다. 수출은 31억달러 였지만 수입은 이보다 7배나 많은 212억달러로 나타나 적자액이 무려 181억달러에 달했다. 기계부품의 10년간 무역적자액중 절반이상을 대일무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공장자동화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는 B사. 최근 자체기술로 공기압력을 이용해 자동화를 이루는 밸브를 개발했지만 아직 그 실적은 미미한 편이다. 영업관리부의 한관계자는 『아직 일제를 고집하는 업체가 많아 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기술이 일본제품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하지만 수요자들은 별다른 관심을 안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취약한 것도 지적돼야 할 사항이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검증해 줄 수 있는 기관이 거의 없어 수요업체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인천의 한업체는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제품을 개발하고도 이를 현장에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해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업체는 중소기업으로는 부담이 되는 3~4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자, 그동안 외국에서 전량 수입되던 발전소용 부품을 만들었으나 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기관이나 연구소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한관계자는 『개발비만도 부담이 되는데 이제는 테스트비용에 필요한 5억원까지 부담해야 하게 됐다』며 탄식을 내쉬었다. 핵심부품산업의 집중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최근 정부의 발표에 대해 업계는 이것이 기계산업을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실효성을 가진 대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너무 일부품목에만 정책이 집중됨으로써 요즘들어 가뜩이나 소외받고 있는 기계업종 종사자들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기계공업진흥원의 관계자는 『한두 품목에 너무 매달리게 되면 자칫 기계산업 전체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산업기술개발자금의 지원확대, 금리 하향조정, 국산기계 수요촉진을 위한 정책자금 배정등 폼목간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영규기자SKOM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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