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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원단업체 벤텍스에는 '섬유 한류'를 이끄는 아마조네스 군단이 있다. 여성 5명으로만 이뤄진 영업3팀(해외영업담당)이 그들이다.
벤텍스의 영업3팀이 처음 탄생한 건 지난해 말. 고경찬 대표나 회사 내부에서 처음부터 여성으로만 이뤄진 팀을 꾸릴 작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적임자를 찾다 보니 열정적인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고, 황주리 팀장, 박진형 주임, 남별이 사원을 영업3팀으로 발령을 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 들어 기존 바이어들의 주문 물량이 지난해 대비 20~30% 늘었고 신규 바이어 수도 50%나 증가했다. 그러자 벤텍스는 이달 초 공채를 통해 오연희 사원, 전숙정 사원 등 2명의 직원을 추가로 채용해 영업3팀에 합류시켰다. 오 씨와 전 씨는 무려 5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재원들이다.
영업3팀의 성과는 특유의 섬세함 덕분이다. 바이어들의 개인적인 특성까지 챙길 정도로 눈치 빠른 팀원들이 차별화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 구매담당자 중 여성 비중이 높은 유럽 업체의 감성을 사로잡은 게 주효했다.
1년에 10여차례 해외출장을 갈 정도로 업무가 고되지만 팀원들은 회사에 대한 높은 만족도덕에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대기업에서조차 해외영업팀의 여성 직원들은 남성 직원들을 돕는 후선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벤텍스에서는 여성 직원들이 해외영업 최전선에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
황 팀장은 "전에 면사 트레이딩(trading) 업체에 있었는데 영업이 아닌 보조 업무만 주어진다고 느꼈다"며 "스스로 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어 1년 정도 지나 벤텍스에 왔다"고 말했다. 남 씨도 "벤텍스가 첫 직장이고 입사한지 9개월 됐다"며 "원래 해외영업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였고 챙길 것은 많지만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신입직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오 씨는 "중소기업은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은 것 같다"며 "자신이 맡은 일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부서 전체의 흐름에 맞추어 자신이 노력하면 성장이 더 빠르다"라며 의욕을 보였다. 전 씨도 "실전 경험을 빨리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최근 중견ㆍ중소기업 중에서도 연봉이나 복리후생이 대기업 못지 않은 곳이 많은데 벤텍스도 그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황 팀장은 해외영업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호수를 헤엄치는 우아한 백조가 되기 위해서는 물속에서 열심히 발을 움직여야 하는 이치를 이해해야 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는 "해외영업을 찾는 친구들은 가끔 업무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해외출장을 간다는 건 실적 부담이 따르고 그만큼 준비하는 과정도 길다"고 단단한 정신무장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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