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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농촌의 자본주의 투쟁

2000년을 떠들어대는 소음 속에 도시는 과밀하여 악다구니판이다. 도시인들의 삶은 「이방인의 밀실」속의 낯선 삶이다. 도시인들은 시장경제의 폭주를 최선의 미덕인양 찬양하는 세기말적 변동의 바람 속에서도 농촌만은 고도처럼 그곳에 정지해 있기를 바라고 있다.이런 도시인의 마음을 허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도시사람들은 농부가 대물림 터전을 잃을 때 그 심기가 어떤지를 절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80년에 새로 건설된 대청댐이 물을 담기 시작하여 온 마을 농가가 텅비어 있을 때 그곳에 가서 일흔세살의 농부 한 사람을 만난 일이 있다. 5대를 살아온 가산(家山)이 물에 잠기게 되자 초가에 홀로 남은 늙은이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자 옛 터전을 찾아와 그냥 퇴비를 주무르고 져 나르고 있다고 했다. 농부의 본능은 이렇게 농토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작가 이문구씨의 선집은 온통 농촌풍경이 이어진다. 그는 줄기차게 농촌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왔으므로 작품 속에는 전통적인 농촌공동체가 살아 숨쉬는 50∼60년대, 새마을 운동과 산업화 물결에 휩쓸려 농촌공동체가 급속하게 무너져 내리는 70∼80년대, 그리고 나이 쉰이 넘은 총각이 있는 90년대의 농촌 현실이 펼쳐져 있다. 90년대의 농촌은 논길 밭길 여기저기에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차를 세워 놓고 일(섹스)를 벌인다던가, 농부가 핸드폰으로 다방 커피를 시켜 먹는다든가 하여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졌다. 농촌도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양식 안에 존재하면서 생존을 위한 「자본 무한질주」의 투쟁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작가 이문구의 현실인식은 너무나 사실적이다. 아침신문에 농촌에 관련된 기사 하나가 났다. 지리산 자락에서 자라는 대나무의 상업화에 성공한 「지리산 뱀부하이테크」설립자 권상택씨의 얘기이다. 서른다섯 살의 권씨는 대나무의 활용방안을 찾아 11년간 연구한 끝에 소주정제용 대나무 숯을 개발했고 산림청이 그를 「신지식인 임업인 1호」로 뽑았다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토종 지리산과 외래종 뱀부하이테크의 부조화한 결합을 본다. 무한질주를 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생존원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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