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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900원까지는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800원대로 추락하면 정말 어려운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긴장감을 이렇게 전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로 인한 원화값 상승이 전자,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생산물량의 70~80%를 수출하는 이들 기업의 경우 환율하락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최근 환율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불투명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추가 인하한다면 환율은 지금보다 더 곤두박질칠 수 밖에 없다. 대응책은 무엇일까. 상당수의 수출기업들은 환율 추이를 지켜보며 결제통화 다각화 및 원가절감 등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체제를 확대시켜 외환 관련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겠다는 구상도 갖고있다. ◇원화 10원 절상에 수천억대 손실=삼성전자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화값이 100원 오를 경우 연간 3조~3조5,00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원화가 10원만 절상돼도 최대 3,500억원의 손실을 입는 셈이다.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일어나는 현대ㆍ기아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현대 1,200억원, 기아 1,000억원 등 총 2,2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조선업계의 경우 이미 수주 받은 물량에 대해서는 환헷지를 통해 리스크를 제거했지만 향후 환율 하락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원화 값 상승이 계속되면 결국 배 값을 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수출기업 어떻게 버티나= 세계 금융환경 변동성 때문에 수천억원의 이익을 가만히 앉아서 날릴 수는 없는 노릇. 삼성과 LG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은 어떤 자구책을 갖고있나. 수출기업들은 우선 결제 통화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기본적인 환헷지로는 추가적인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을 막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결제 통화 다변화 등 근본적인 경영혁신을 펼치고 있다”며 “이와 병행해 환율 900원에도 버틸 수 있는 원가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환 리스크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헤지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며“또 수입 및 수출의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는 등 장기적인 차원에서 환율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화값 상승과 더불어 지속되는 엔화값 하락으로 일본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최근의 환율 하락을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즉 SUV나 중대형 세단과 같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차종의 비중을 늘려 환율 변동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 기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현지생산 확대 등으로 환 위험을 최소화하는 대안 등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환율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는 조선업계는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록 생산시설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등에 집중되는 이유도 선박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환전문가들 "달러 약세 기조 지속” 전망
수출기업들은 향후 환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전망이다. 김재홍 무역협회 무역연구원 과장은 “달러화의 방향성은 여전히 하락세에 놓여 있다”며 “미국 경기가 여전히 불황인 상황에서 FRB의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역시 높다”고 분석했다. 김희 산업은행 외환거래팀 대리는 “원화가 달러당 800원대까지 오를지 여부는 전망하기 어렵지만 달러화가 중장기적으로 상당히 비관적인 것은 분명하다”며 “적어도 현 수준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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