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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마다 숨쉬는 '신라의 혼'

경주 남산, 절터 130곳 석불 100체 산 자체가 사찰"남산에 오르지 않고는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경주 사람들이 남산 자랑으로 하는 말이다. 불국사ㆍ석굴암ㆍ천마총ㆍ첨성대 등을 수 차례씩이나 찾았다고 해도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니. 그러나 실제 남산에 가 보면 그 말을 실감하게 된다. '신라인들의 불국토'라고 할 만큼 불교의 성지인 이 산은 역사유적이 즐비하고, 자연경관 또한 빼어나다.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는 요즘 사색적인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이 곳이 제격이다. 경주 남산은 서라벌 남쪽에 우뚝 솟은 금오산(468m)과 고위산(494m)에서 뻗어 내린 약 40여 개의 등성이와 골짜기, 그리고 그에 딸린 180여 개의 봉우리를 이루어진다. 불교유적이 하도 많아 아예 남산을 하나의 거대란 사찰로 보면 된다. 절터가 130여 곳을 헤아리고 석불과 마애불이 100여체, 석탑과 폐탑이 71기에 이른다. 남산은 규모에 작지만 자연경관은 사람들을 눈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무수한 골짜기들이 빚어내는 변화무쌍한 산의 자태가 신비롭기 그지 없고, 수 많은 기암괴석들은 만물상을 연출한다. 강한 근육을 지닌 남신(男神)이 변해 남산이 됐다는 전설을 과시하듯 산은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기세는 씩씩하다. 남산은 생생한 역사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아득한 석기시대 유물에서부터 신라 건국설화에 나타나는 나정, 신라의 종말을 맞았던 포석정이 남쪽 기슭에 있다. 나정과 포석정은 불과 1km 거리. 하지만 그 사이에 놓인 시간적 거리는 900년이나 된다. 박혁거세가 태어났다는 나정과 경애왕이 주지육림에 빠져있다가 후백제왕 견훤에게 치욕을 당했던 포석정을 중심으로 '신라 흥망 코스'를 잡아 답사길에 오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천관사지ㆍ오릉ㆍ나정ㆍ양산재까지는 차량으로 이동, 일성왕릉ㆍ창림사지는 도보로, 지마왕릉ㆍ삼릉ㆍ경애왕릉ㆍ포석정까지 다시 차량 이동, 포석정에서 순환도로를 따라 산에 올라 남산성 답사, 상서장으로 하산, 차량으로 사천왕사지와 탑골 부처바위를 답사, 마지막으로 헌강왕릉ㆍ정강왕릉ㆍ통일전 탐방. 이렇게 둘러보는데 대략 5시간 걸린다. 이 여정은 신라 흥망성쇠의 자취를 두루 접할 수 있는 코스. 우선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난 나정, 초기 왕궁 터로서 통일 후에 사찰이 세워진 창림사지, 우리 나라 민주주의의 효시이며 신라건국을 논의하신 육부촌장을 모신 양산재 등은 신라 태동기의 유적들이다. 또한 국방의 최고 사령탑이었던 남산산성,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김유신이 젊었을 때 큰 뜻을 품고 어머니와의 맹서를 지키기 위하여 말의 목을 쳤다는 애절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천관사 등은 신라의 전성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당나라에서 돌아온 최치원이 기울어 가는 신라를 보고 고려 태조 왕건에게 상서를 올렸다는 상서장, 신라의 많은 별궁 중의 하나였으나 나라를 망하게 하였다고 지탄받고 있는 성남이궁 포석정은 기울어갔던 신라의 국운을 읽을 수 있는 아픈 상처들이다. 이밖에 신라시조 박혁거세왕과 왕비, 남해왕ㆍ유리왕ㆍ파사왕의 오릉, 아달라왕ㆍ신덕왕ㆍ경명왕의 삼릉, 경애왕릉, 지마왕릉, 일성왕릉, 헌강왕릉, 정강왕릉 등에 '신라 1,000년 역사'의 혼이 깊이 서려있다. ■ 교통=<도로>경부고속도로 경주 인터체인지에서 경주시내로 들어선다. 삼거리를 지나 첫번째 사거리에서 오른쪽 35번 국도를 따르면 포석정과 냉골 입구가 나온다. <고속버스>서울동서울종합터미널(02-446-80000)~경주터미널(054-743-5599) 5시간 소요, 하루 10여차례 운행.<경주시내>천마교통(054-776-8904) 등 5~6개 시내버스가 있으며, 시내 어디서든 추가 비용 없이 콜택시를 불러 이용할 수 있다. ■ 문의= 경주시청 관광진흥과 (054)779-6396, 사적공원관리사무소 (054)748-9225 <사진설명>포석정은 경애왕이 향략을 즐기다 신라의 패망을 재촉했던 현장이다. 경주=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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