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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경제팀의 과제] 2. 저금리.저물가 복병많다
입력2000-01-17 00:00:00
수정
2000.01.17 00:00:00
온종훈 기자
장관 취임 첫 인터뷰에서 『환율은 시장 내재가치가 반영되도록 할 방침이며 금리안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14일에는 『채권딜러들은 금리가 현수준에서 0.4%포인트 진폭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다』고 전하며 한자리수 금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15일 첫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한 자리수 금리유지와 물가안정을 역설했다.李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17일「2000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앞으로 3년간 한자리 수 금리와 3%대의 물가안정 지속』으로 표현됐다.
그간 李장관의 말이나 경제정책방향에 나타난 새경제팀의 비전에 따르면 우리경제는 앞으로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저금리(고성장을 의미)가 지속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이테크, 정보통신 혁명으로 10여년 가까이 저물가-고성장을 구가하는 미국의 신경제(뉴 이코노미)와 같은 뉴 이코노미 한국판의 서막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李장관의 이런 언급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급속한 성장으로 물가불안이 우려가 상존하는 중에서 「저물가」,「저금리」라는 서로 상충되는 거시경제목표를 달성하는데 새경제팀이 지나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가안정 복병 많다= 우선 새경제팀의 이런 자신감에는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0.8%라는 사상 유례없는 물가안정을 기록한 것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 기회를 통해 저물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강한 의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물가안정의 토대를 위협하는 상황들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가격과 전세가격이 최근 급등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총선을 앞두고 물가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봉급인상 동결 등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했던 노동계는 그동안의 희생을 보답받기 위해 임금인상 요구에 나설 경우 물가안정기조를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산업 연관표」(95년) 분석에 따르면 다른 거시경제변수가 변함없는 상태에서 임금이 10% 오르면 소비자 물가는 3.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에 비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들은 『생산성 증가를 뛰어넘는 임금인상은 곧바로 물가상승이다』며 임금인상으로 인한 인플레 발생을 경고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저물가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즉, 98년 환율급등으로 물가가 크게 올랐듯이 지난해 물가안정도 사실상 환율하락에 따른 「반락」효과가 대부분이라는 이라는 것이다. 여기다 국제원유가 상승 등 국제요인에 의한 물가불안요인도 상존해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물가안정에 기여했던 거시경제의 공급초과상태가 앞으로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전망이다. 연구기관에 따라서는 이미 우리경제는 지난 2년동안의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초과 수요)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전체의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많으면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금리 등 가격변수에 대해 말을 아껴라=이같이 물가안정을 위협하는 국내외의 변수가 만만치 않은데 불구하고 李장관은 「저물가· 저금리」 지속을 자신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그동안 통화를 풀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팽창정책은 유효했다』며 『하지만, 디플레이션격차가 축소되면서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상태가 지속될 것인데 정부가 계속적으로 통화(돈)를 풀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즉 경기회복으로 자금수요가 살아날 경우 금리는 자연스럽게 올라갈수 밖에없는 데도 인위적으로 한자리 수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대표적인 시장금리인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지난 5일 10%대를 돌파한 이후 꾸준한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李장관이 저금리 유지를 천명한 이후에도 시장금리는 10.4%대에서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경기회복으로 장기적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자리 금리를 지나치게 고집할 경우는 오히려 거시경제 운용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인플레 우려가 발생할 경우, 돈줄을 조여(단기 금리 인상) 거시경제흐름으로 조절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릴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통화정책은 원칙적으로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몫이다』고 전제하고 『정부가 저금리기조를 천명함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이에 따라가지 못할 경우는 거시경제 왜곡을 불러 올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종훈기자JH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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