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유통업계는 어느 해보다 치열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룰 전망이다. 백화점의 경우 중ㆍ대형 업체 가릴 것 없이 점포 확장에 나서며 순위 경쟁이 가열되고 있고, 할인점업계는 이마트의 독주 속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홈에버의 2위권 다툼이 혼전 양상이다. 롯데가 입성한 홈쇼핑시장엔 전운이 감돌고, 편의점은 GS25와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의 혈투가 더욱 뜨거워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업태별로 대(大)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결국 상당기간 지속됐던 유통지도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백화점업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2차대전의 동부전선과 같은 긴장감이 흐르는 곳은 백화점업계. 최근 미아점을 오픈하며 포문을 연 롯데백화점은 하반기 모스크바점과 부산센텀시티점을 개장한다. 영플라자는 올해 청주와 대구에 2, 3호점을 잇달아 연다. 이르면 연말께 김포공항 내 복합쇼핑몰과 중국 베이징 왕푸징 점포도 착공할 예정이다. 롯데측은 “연말이면 25호점을 갖추게 되고, 이는 경쟁사 추격권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신세계와 현대는 싸움은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세계는 3월 명품관인 본관을 오픈, 신세계타운 완공에 방점을 찍는다. 죽전엔 백화점, 영화관 등을 갖춘 복합쇼핑몰을 열고, 명품 아웃렛인 ‘첼시-신세계’ 1호점도 오픈한다. 하반기엔 경기 북부 의정부에 1만5,000평 규모의 의정부역사점과 경기 고양시에 한류우드 복합쇼핑몰 개발에도 착수한다. 현대도 정중동(靜中動)에서 벗어나 영토 확장에 나선다. 이르면 연말 아산과 청주에 5,000억원 이상을 들여 복합쇼핑몰 개발에 뛰어들 예정이다. 빅3 가운데 충청지역 공략의 선두주자로 나서겠다는 포석. 또한 판교신도시 유통사업자 선정에도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는 등 정지선 부회장 체제 전환에 맞춰 신규점포 확보에 사력을 다할 방침이다. 중위권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삼성플라자를 인수하며 유통업계를 놀라게 했던 애경은 평택역사점 개점과 면세점 사업 확대 등을 통해 본격적인 유통그룹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특히 2010년 유통부문 매출 3조원 달성과 함께 빅3 진입이라는 청사진을 발표했으며, 이를 위해 지방점포나 수도권에서 M&A에 나설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갤러리아도 공격 경영의 깃발을 내걸었다. 법인명을 내년부터 한화유통에서 한화갤러리아로 변경키로 했으며, 백화점 부문 성장을 위해 M&A와 함께 신규 점포 부지를 마련할 방침이다. 동시에 아웃렛, 패션전문점 등 신규사업에도 뛰어든다. 아이파크백화점은 상반기내 동대문 대형쇼핑몰인 패션TV에 2호점을 개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접ㆍ홈쇼핑.편의점 영토싸움 가열=할인점 영토 싸움도 ‘격렬함’이 예상된다. 이마트는 월마트코리아 16개 점포를 인수하며 독주 채비를 갖춘 상태. 올해 역시 예년 수준인 10개 안팎의 신규 매장을 출점해 국내에만 113개 점포를 운영, 2위권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마트의 ‘느긋함’에 비해 후발업체들은 사상 유례없는 격전을 치를 전망이다. 지난해말 똑같이 51개 점포를 확보했던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각 사상 최대 규모인 15개점, 14개점을 열어 60개 중반까지 점포망을 구축키로 했다. 홈플러스는 특히 대형슈퍼마켓(SSM)인 수퍼익스프레스 38개점도 신규 출점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나간다는 복안이다. 한국까르푸 32개점을 인수해 홈에버로 간판을 바꿔단 이랜드 또한 리뉴얼작업을 마치고 상반기에 전 점포를 재오픈하는 한편 추가로 5개 점포를 열어 2위권에 합류한다는 구상이다. 2001아울렛과 뉴코아아울렛도 각각 5개점을 신규로 낸다. 홈쇼핑시장은 폭풍전야처럼 전례 없이 긴장감이 팽팽하다. 롯데가 우리홈쇼핑 인수에 성공, 홈쇼핑 진출을 눈앞에 뒀기 때문.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쌍두마차인 GS홈쇼핑과 CJ홈쇼핑. ‘장기 성장을 위한 신사업 개척’을 올 핵심 과제로 내놓은 GS홈쇼핑은 고객서비스본부를 신설해 조직을 고객 중심으로 재편하고,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 쇼핑 카탈로그 등 별도로 운영되던 사업부서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영업본부를 갖췄다. 또 신규사업 발굴 조직을 CEO 직속으로 설치하는 한편 T커머스와 M커머스 등 신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키로 했다. CJ홈쇼핑은 TV부문을 포함한 온라인쇼핑 전 분야에서 업계 최고를 달성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 등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고, 현대홈쇼핑은 8월 천호동 신사옥 이전을 계기로 올해를 제2 원년으로 삼고 디지털 선도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편의점업계 역시 의미있는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GS25,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등 빅3의 점포망 확충 경쟁이 가열되며 조만간 편의점 1만개 돌파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 새로운 컨셉트의 점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외친 GS25는 올해 800개 점포를 신규로 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고, 훼미리마트는 600개, 세븐일레븐은 400개를 신규 개점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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