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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않은 변혁... 증권.투신 새판 짠다
입력1999-12-31 00:00:00
수정
1999.12.31 00:00:00
고진갑 기자
멀쩡하던 기업들이 잇달아 도산하고 능력있다고 믿어왔던 직장인들이 대거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이 상황을 대변해 주고 있다.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일류라고 지칭했던 금융기관들이 간판을 잇따라 내리고 「철밥통」이라고 불리웠던 이곳의 종사자들도 자신의 자리를 이미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와함께 전통적인 의미에서 구분해왔던 1금융권과 2금융권이라는 구분이 더이상 의미가 없어지면서 사업영역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같은 과정에서 경영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같은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몸부림은 처절할 정도다. 환경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된다는 위기의식속에서 「생존」을 위한 강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혁의 바람은 증권·투신 업계에도 예외없이 불고 있다. 증시활황으로 겉으로는 즐거운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형사들의 위기의식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미 「대우채사태」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투신권을 비롯한 증권업계는 상당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최근 금융시장의 영역파괴는 경영환경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직접금융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증권·투신 업계는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시중자금이 증시와 채권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증권·투신사들이 「뜨고」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시장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영리스크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채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잘나갈 것으로 생각했던 증권·투신업계가 예기치 못한 사태 하나로 심한 경영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사건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엄청난 수익증권 판매에 따른 환매가 잇따르고 유동성 위험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것이다. 전문가들은 바로 증시와 채권시장 등 자본시장의 활황을 불러 온 엄청난 수탁고 증가가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이미 가시화됐다. 이에 적절히 대응치 못하면 지난해 문을 닫은 난 고려·동서증권, 신세기투신과 한남투신과 같은 「도산행렬」대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겸업화와 사이버화 경향들이 그 것. 21세기는 겸업화의 시대이고 이미 급속히 진전된 상태다. 은행에서 뮤추얼펀드와 수익증권을 판매하고 기존 증권·투신업무를 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인수·중개업무를 통해 기업들의 대출수요에 응하고 있다.
이러한 겸업화가 사이버화 경향과 합해질 때는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되는 21세기에는 사이버상에서 주식거래는 물론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사면서 대출이나 예금, 계좌이체 등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 지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칠줄 모르는 사이버화 물결=최근 증시 화두로는 「사이버화」를 빼놓을 수 없다. 사이버화가 기회인 동시에 위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대형사들은 위탁수수료가 없는 사이버 증권사를 세우겠다고 나섰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최대 수입원인 위탁수수료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올해는 사이버트레이딩 규모가 50~60%선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사이버증권 거래규모는 지난해 전체 거래대금의 4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신장했다.
결국 인터넷화가 진전되면서 금융기관이 더이상 전통적인 금융기관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됐다. 겸업화와 금융기관간 전략적 제휴가 급진전되면서 금융기관이 인터넷 상에서 원스톱 금융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제공업자로 변신할 수 밖에 없는 실정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이 변하려면 엄청난 자본력이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초기투자비나 광고비는 물론 사이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과당경쟁에서 이기려면 튼튼한 자본력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경영리스크는 더욱 커진다=최근 증시의 특징은 한마디로 기관장세다. 기관장세를 이끌수 있었던 요인은 엄청난 수익증권 판매가 뒷받침했다.
하지만 수익증권의 판매는 역으로 유동성이나 환금성 문제를 안고 있다.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판매상품과 편입채권단의 기간 불일치 문제, 부도채권의 상각문제 등이 그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대우채 사태이후 명확히 불거지고 있다. 수익증권의 판매가 격감하고 있는데다 환매요구가 잇따라 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그 것이다. 기회가 많은 만큼 위협요인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2월8일 대우채 95%환매와 7월 예정된 사가평가제가 「핵폭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어떤 형대로든 수탁고가 줄어들 것이고 이는 잇단 환매사태로 인해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우채 사태에서 보듯 수익증권의 환매책임이 증권·투신사에 있기 때문에 엄청난 수익증권 판매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몇몇 증권사와 투신사들은 이로인해 매우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처절한 변신이 필요하다=최근 보여주는 일련의 변화들은 특히 중소형사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IMF시대가 바로 「빈익빈 부익부」시대라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증권·투신산업에도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IMF라는 태풍은 무너질 것 같지않던 은행들을 퇴출시키고 금융기관의 신인도를 떵끝까지 추락시키며 투자자들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그래도 믿을 만한 대형 증권사나 투신으로 발길을 돌렸고, 특히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증권·투신사를 선호함에 따라 중·소형사들은 앞으로 경영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심각황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사이버화와 겸업화의 진전은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형사들에게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주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인 A사 사장은 『앞으로 증권이나 투신의 대형화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틈새시장을 개척, 나름대로의 살 길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 또한 쉽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위탁매매전문 증권사의 등장도 중소형사에게는 심각한 위협요소다. 이들은 자본금 30억원 미만의 초미니 증권사이고 당장 증권거래소 회원가입에 필요한 회비(125억원) 문제로 어려워 독자적인 영업은 불가능하지만 특정 증권사와 연계해 수수료 할인이나 다양한 투자정보 제공등을 무기로 영업을 할 경우 기존 증권사에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변혁의 물결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를 먼저 수용하고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일부 대형사와는 경쟁이 어렵기 때문에 철저한 특화전략을 세우는 것도 생존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증권·투신시장은 몇몇 대형사와 틈새시장 개척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증권사나 투신사로 재편될 것』이라며 『특히 사이버화, 겸업화 등 변화의 물결을 먼저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회사만이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진갑기자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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