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세운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려면 기업투자 환경이 현재보다 크게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A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두자릿수 초반대 투자로 최소 한자릿수 이상 성장이 목표"라며 "기업들로부터 국내에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대변되는 기업규제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10% 이내에서 증가시킬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 역시 10곳 중 6~7곳가량이 지난해보다 높게 설정하는 등 지난해 하반기 조사 때와는 달리 보다 긍정적 전망을 나타냈다.
문제는 이 같은 연초 플랜이 예정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난관도 적지 않다는 것.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법인세 최저한 세율 인상 등 국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으로 당장 기업들은 올해 1조7,000억원가량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정부·정치권이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들이 대거 통과됐고 또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10곳 중 8곳 신규고용 확대=이번 설문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보다 연구개발 투자에서 더욱 공격적인 의사를 밝힌 점이다. 한마디로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못지않게 기술개발에 더욱 많은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의사의 표현이다.
올해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질문에서 두자릿수 이상 확대 응답이 5.3%에 달했다. 1~10% 확대도 47.4%에 달했고 전년 수준 유지도 38.6%를 기록했다. 연구개발 투자 예산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0곳 중 1곳도 되지 않았다.
B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다수 기업이 비슷하겠지만 올해 연구개발 예산을 많이 늘렸다"며 "증가율 면에서 놓고 보면 올해 연구개발 투자가 시설투자를 많이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 역시 다소 공격적이다. 올해 매출 목표에 대해 1~10% 상향한 곳이 59.6%를 기록했다. 또한 20% 이상 높인 곳이 3.5%,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잡은 곳이 1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 10곳 중 6곳가량이 최소 한자릿수 이상 매출을 올려잡은 것이다. 영업이익 목표 역시 비슷하다. 11~19% 감소 1.8%, 1~10% 감소 14.3% 등 축소 응답이 16.1%에 불과했다. 전년 동일 17.9%, 1~10% 증가 48.2%, 11 ~ 19% 증가 5.4%, 20% 이상 증가 12.5% 등을 기록했다. 66.1%가 한자릿수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고용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나왔다. 올해 신규 고용 목표를 묻는 질문에서 9.8%만 아예 없다고 답했다. 1~5% 축소 9.8%, 11% 이상 축소 2.0% 등 21.6%가 지난해보다 줄이거나 아예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응답 기업의 68.6%가 1~5% 확대라고 응답했고 6~10% 확대라고 답한 기업도 9.8%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의 78.4%가 신규 채용을 줄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업 간 양극화 등 회사별로 경영계획에서 적잖은 차이가 나타났다"며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지난해 하반기 조사 때보다 투자·고용 등에서 긍정적 응답이 늘어난 것이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기업 규제 강화가 최대 리스크=그렇다면 기업들의 올해 최대 경영 리스크는 무엇일까. 기업경영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 1순위로 기업규제 강화(36.7%)가 꼽혔다. 투자여건 악화(18.3%)가 그 뒤를 이었다. 한마디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C기업 CFO는 "투자여건 악화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경제민주화 법안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당장 올 1월부터 지난해 통과된 경제민주화 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기업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투자여건 만족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기업의 81.0%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라고 응답한 기업은 19.0%에 불과했다.
올해 경영계획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투자 등 각종 지표에서 축소보다는 확대 등 긍정적 비중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동시에 강화되는 기업규제가 연초 세운 플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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