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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생인 이모씨는 최근 은퇴했지만 순자산을 3억원가량 가지고 있어 노후를 거의 걱정하지 않았다. 노후준비도 국민연금이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은퇴 이전 이씨가 생활비로 쓴 돈은 연간 3,400만원. 이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니 앞으로 몇 년도 안 돼 파산할 게 뻔했다.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니 "현 수준대로 생활하면 파산 가능성이 40%에 이른다"는 진단이 나왔다. 파산 가능성을 10%로 낮추기 위해서는 생활비를 연간 815만원만 써야 했다.
산업은행은 13일 이씨처럼 베이비붐(1958~1963년생) 세대가 3억원가량의 순자산을 가지고 있어도 마땅한 노후준비 없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으로 은퇴 전 소득의 40%를 충당하면 10명 중 4명은 파산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베이비부머가 국민연금도 받지 않으면서 은퇴 뒤에도 현재의 소비지출 수준을 유지한다면 파산 확률이 85%에 이른다. 하지만 노후준비를 위해 재테크로 현재 자산을 늘려갈 경우 파산 확률은 확연히 떨어졌다.
55세에 은퇴하는 남성이 은퇴자산을 주식 등 위험자산에 100% 투자하면 파산 가능성은 17.3%로 낮아졌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에 100% 투자하면 파산 가능성은 3.8%로 현저히 줄었다. 자산을 주식에 20%, 채권에 80% 투자할 경우 파산 가능성은 3.1%로 더 감소했다.
김양재 산은 조사분석부 팀장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자산을 배분할수록 파산 가능성은 낮아졌고 특히 지나치게 보수적인 자산배분보다는 적절하게 주식 등의 비중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은퇴자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5%를 넘어서고 있어 은퇴자금을 제때 구하지 못하거나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은퇴자는 다양한 노후준비 상품에 일찍 가입해 은퇴 후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도 부동산에 쏠린 가계자산이 금융자산으로 전환되도록 주택연금 가입조건을 완화하는 등 유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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