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그간 외국법인들이 국내 건물을 사들이면서 법적 테두리 내에서 취득ㆍ등록세를 회피하는 구체적 유형들을 처음 적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는 이번 조사에서 ▦과점주주 회피 ▦지점 회피 등 2가지 변칙사례를 대표적 지방세 탈루 수법으로 지적했다. 시에 따르면 빌딩을 직접 사들이지 않고 우회적으로 빌딩 보유 법인의 주식을 51% 미만으로 인수할 경우 지방세법상 취득ㆍ등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역으로 51% 이상을 보유할 경우 ‘과점주주’의 지위가 인정돼 세금이 부과된다. 시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바로 이 같은 세법상 허점을 이용, ‘과점주주’를 회피하는 식으로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매입 당시 취득ㆍ등록세를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3개 법인 중 가장 많은 금액인 165억원을 추징당한 GIC는 지난 2004년 스타타워 빌딩을 사들이기 불과 며칠 전 해외에 1달러짜리 페이퍼컴퍼니 2개사를 설립, 두 회사가 스타타워의 주식을 각각 50.99%, 49.01%씩 사들이도록 했다. 모두 과점주주 요건(51% 이상)에 못 미치는 지분율이다. 그러나 시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GIC에 대해 “GIC가 2곳의 페이퍼컴퍼니에 100% 출자하고 경영권까지 행사하고 있는 만큼 스타타워의 실질 취득자로 봐야 한다”며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 추징을 결정했다. ‘지점 회피’ 수법의 경우 서울시 내에 사업자 등록과 인적ㆍ물적 설비를 갖춘 상태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할 경우 해당 지점에 대한 ‘등록세’가 중과세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매입한 건물에 사업자 등록만 마치고 인적ㆍ물적 설비는 갖추지 않은 채 용역업체를 이용,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할 경우 ‘지점 회피’에 해당한다는 것. 2004년 강남역 인근 나라종금빌딩을 사들인 영국계 푸르덴셜그룹의 PCA에 대해 시는 PCA가 매입한 건물에 자사의 인적ㆍ물적 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외부 위탁업체를 통해 임대관리 업무를 해왔음에도 78억원의 지점 등록세 등을 부과해 눈길을 끌었다. 시는 PCA가 처리해야 할 업무 전체를 ‘턴키’ 방식으로 위탁업체가 처리해온 만큼 나라종금빌딩을 PCA가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점’으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해 PCA측은 “선진 경영기법을 적용, 회사 직원을 직접 파견하지 않고 외부 위탁업체를 쓴 것 뿐”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과세 후 심사청구, 행정소송 등의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는 ▦과점주주 회피 ▦지점 회피 등 이번에 확인된 탈루 유형에 대해 취ㆍ등록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명문화하도록 지방세법 개정을 행정자치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번에 조사한 20개 외국법인 이 외에 탈루가 의심되는 46개 외국법인에 대해서도 올 상반기 중 추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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