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미·일 필름분쟁 패널설치

◎미 “일 외국사 시장진출 방해” 제소 수용/EU도 참여… 6∼9개월후 최종판정 예상미일간 필름분쟁이 세계무역기구(WTO)의 패널(분쟁소위원회)에서 결판나게 됐다. WTO의 무역분쟁 조사기관인 분쟁처리기구(DSB)는 16일 일본이 필름 및 인화지시장에 대한 외국업체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미측의 제소를 심판키 위해 패널을 설치키로 합의했다. 여기엔 또 독일 아그파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유럽연합(EU)도 제 3자 자격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패널은 일단 3명의 통상전문가로 구성됐다. 일본 필름시장 조사 및 양국 관계자에 대한 조사와 청문 등이 패널의 주요 활동이 될 전망이다. 패널의 판정발표까지는 최소 6∼9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같다.

미일이 통상문제로 WTO에 패널을 설치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는 패널의 판정내용에 따라 앞으로 WTO의 위상이 판가름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양국은 패널설치와 관련, 서로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본측 통계에 의하면 현재 일본시장내 후지와 코닥의 시장점유율은 67%와 10%. 미국은 이같은 점유율격차가 일본 시장내 유통망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코닥 관계자는 일본내 4개 대형 유통회사의 필름판매가 후지측에 집중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외국업체들의 판매통로인 백화점 등에서는 판매숫자와 영업시간 등에 있어 정부 규제로 제한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코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후지는 「억지」라고 반박한다. 제네바 주재 일본대표부는 『일본 필름시장은 미국시장 상황을 거울처럼 반영한 것』이라고 맞선다. 미국시장내 코닥과 후지의 점유율은 73%와 12%. 후지는 또 코닥의 점유율 하락의 근본원인이 『마케팅과 가격정책상의 실패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패널 설치는 한편으로 양국의 이해관계를 떠나 앞으로 국제 무역분쟁의 좌표를 제시해 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발표내용에 대한 양국의 수용여부에 따라 WTO의 위상, 나아가서는 국제 무역관행의 기준점을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름이라는 「좁은 시장」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이 패널의 판정을 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김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