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카드의 자동차 할인 카드 발급을 담당하고 있는 카드 모집인 정지원(가명) 팀장은 최근 한숨이 늘었다. 영업 정지로 인해 일거리가 떨어진 부하 직원들이 이직에 대한 고민 상담을 많이 해오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새 차를 사는 신규 고객들에게 1%가량 할인해주는 카드를 발급해주는 게 주 업무였는데 영업 정지로 할 일이 줄어들어 고민"이라면서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고 하지만 생계가 당장 어려운 팀원들을 무작정 잡아만 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요즘 카드회사들에는 모집인을 그만두거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카드 고객 정보 유출로 영업 정지를 당한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 카드 3사의 카드 모집인이 10%가량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는 이탈률이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카드 모집인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 정지에 따른 조직 붕괴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2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카드 모집인 수는 영업 정지 여파를 맞은 2월 말 기준 1,800명으로 지난해 말(2,000명) 대비 10% 감소했다.
국민카드도 지난해 말 1,200명 수준이던 모집인이 두 달 새 100여명 이탈한 1,100명으로 집계됐으며 농협카드는 700명이던 카드 모집인이 지난 1월 말 기준 630명으로 줄어들었다.
정보 유출 3사의 한 관계자는 "10% 정도의 카드 모집인 수는 매달 변경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영업 정지 여파라고 분석하기에는 유의미한 숫자가 아니다"고 말했지만 이탈이 계속되면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실제로 같은 시기 다른 카드사들의 모집인 수는 큰 변동이 없는데다 모집인 특성상 카드 모집 업무가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미뤄볼 때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카드사의 모집인 이탈률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우리카드는 지난해 말 각각 카드 모집인 수가 3,900명, 1,300명 정도였는데 2월 들어서도 비슷한 숫자를 유지했다.
신한·하나SK카드는 각각 4,500명, 250명 수준이던 모집인 수가 4,600명, 290명으로 소폭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카드만 지난해 말(4,971명)보다 70여명 줄어든 4,901명(1월 말 기준)을 기록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카드 모집인 수는 3만4,857명이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 유출 3사의 경우 유입되는 모집인은 없고 이탈하는 경우만 있어 숫자가 줄어들게 된 것 같다"면서 "이달 말께가 되면 모집인의 감소폭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유출 3사에 소속된 카드 모집인들은 △고객 모집에 필요한 교육 △재발급 업무 보조 △봉사 활동 △기존 고객에 대한 카드 이용 독려 등을 실시하며 생계유지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카드는 직전 몇 개월간 소득의 평균금액에 대해 65%, 롯데카드 50~60% 정도의 수당을 받는 것으로 협의가 이뤄졌으며 농협카드는 아직까지 미정이다.
한 카드 모집인은 "지점별로 차이는 있지만 모집인 이탈의 조짐이 점점 크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카드사가 기존 고객에 대한 카드 이용 독려, 재발급 업무 보조 등 업무를 모집인에게 시키면서 실적에 대한 점수를 부여하는데, 텔레마케팅(TM) 업무도 어려운 상황에서 실적 압박을 받는 모집인들이 점점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은 부처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잠정 연기됐다. 금융위원회는 주민등록 암호화 같은 이슈가 새로 추가돼 관련 부처 간 추가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10~14일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 대책도 청와대가 브레이크를 걸어 늦춰졌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표 일정을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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