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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상승 이대로 좋은가(논쟁)

◎박대근 한양대 교수/인위적 평가절하 득보다 실 가격경쟁력 회복위해 필요/불황 환율보다 구조적 요인 때문/물가불안·외채부담·외자유출만 초래최근 수출경쟁력의 악화와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를 줄이기 위해 당국의 시장개입을 통해서라도 원화가치를 현재보다 대폭 절하(환율상승)해야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무역업계를 비롯한 민간경제계측은 지속된 엔화 약세로 일본과 경쟁관계인 우리나라 주력수출상품이 상대적인 가격경쟁력 열세에 노출돼 수출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엔저를 상쇄할 정도의 원화절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학계 일각에서는 현재 우리경제가 겪고있는 수출부진과 경상수지 악화의 원인이 근본적인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하는 것이므로 큰 폭의 원화절하는 기대하는 효과보다 오히려 더 큰 손실을 가져올 뿐이라고 반박한다. 전문가 기고를 통해 양측 논리의 골격을 정리한다.<편집자 주> 최근의 경상수지적자 확대는 한마디로 말해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요인에 더하여 엔화약세, 세계경기후퇴, 반도체 가격하락 등 일시적인 요인이 겹침으로써 발생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우리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는 우선 「고비용­저효율」을 들 수 있다. 여기에다 국내 산업구조조정 부진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및 일부 업종 편중적 수출구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수입측면에서는 수입의존적 설비투자 및 생산구조가 그대로 유지돼 수출이 잘되면 수입도 따라서 증가하고 수출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일정수준의 수입은 계속해서 일어나는 경직적인 수입구조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경상수지 악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의 경상수지적자 확대는 환율요인보다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현 상황에서 원화절하를 통한 경상수지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원인을 무시한 채 인위적인 환율상승을 통해 경상수지 개선을 도모하려는 정책은 마치 빈혈환자에게 고혈압 치료제를 투여하는 처방을 내리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오히려 환율이 크게 상승할 경우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보다는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우선 환율이 상승할 경우 직접적으로 수입소비재의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원자재 및 자본재등 생산재의 가격도 상승하게 되는 데 이는 이들 수입생산재를 사용하여 생산되는 국산품의 제조원가를 상승시킴으로써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상승효과가 증폭되어 나타나게 된다. 전문연구기관들에 따르면 환율이 1% 상승하는 경우 소비자물가가 0.1­0.3%포인트 상승한다고 한다. 물가가 상승하면 임금이 상승하게 되고,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원재료가격의 상승마저 가세한다면, 수출품의 제조원가도 상승하게 되므로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수출가격을 인하할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또한 환율상승은 정부와 민간기업이 안고있는 외채의 상환부담을 가중시킨다.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순외채는 2백43억달러이므로 환율이 1원만 상승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외채상환부담이 2백43억원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안고있는 외채의 상환부담 증가는 세수가 일정한 한 재정상태를 악화시키게 된다. 그리고 민간기업이 안고있는 외채상환부담 증가는 채산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기업의 제품가격 인상으로 물가상승 및 그에따른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말까지의 경상적자를 감안하면 금년말 순외채는 3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환율상승에 따른 외채상환 부담 증가 및 그 파급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환율상승으로부터 우려되는 더욱 심각한 부작용은 환율이 급상승할 경우 국내에 유입된 해외자본이 유출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해외자본은 기본적으로 국내에서의 자금운용을 통한 수익을 노리고 유입되는 것인데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해외통화로 환산한 금액이 그만큼 줄어들어 투자매력이 감소하게 된다. 더구나 금년처럼 환율상승률이 9%에 육박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금리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투자매력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여기에다 유입된 해외자본의 가장 큰 투자처인 주식시장까지도 침체를 지속하고 있어 추가적인 환율급등시 해외자본이 유출로 반전될 가능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해외자본이 유출로 반전될 경우 멕시코사태와 같은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금융·자본시장이 상당한 동요를 겪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종합하면 경상수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원화를 더욱 절하시켜야 한다는 주장에도 타당성이 있기는 하나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나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으로 보아 물가상승, 외채상환부담 가중 및 해외자본의 유출반전 등 원화절하에 따른 부작용이 그 이득을 초과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가격경쟁력은 생산원가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이는 생산성 향상, 적정수준의 임금 및 이윤율 유지 등의 노력에 의해 확보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본질적인 부분은 도외시한 채 환율이라는 피상적인 요소만을 움직여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당초의 바라는 효과도 거두기 어렵다.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인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그 원인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지고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인내로써 적절한 대응책을 꾸준히 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기업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다소 어렵더라도 경영효율화, 기술개발등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노력을 꾸준히 기울임으로써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 힘쓸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도 손쉬운 환율정책에만 의존하려 하지 말고 인기가 없더라도 경기상황에 걸맞게 저성장 유지, 소비억제, 재정적자 축소, 수입관련금융 감축 등을 통해서 난관을 타개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조세행정을 강화해 불로소득에 기반한 사치소비와 그로 인한 전시효과를 차단함으로써 국민 전체적인 소비건전화 및 저축증대를 유도하려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환율은 가급적 안정적으로 운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미하바드대 경제학박사 ▲뉴욕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 ◎이희수 한경연 연구위원/경상수지개선 차원서 더 올라야/소비재 수입억제·국산대체 효과 등 기대 올들어 우리경제는 경기순환과정의 수축국면과 구조적 요인이 겹친 복합불황의 와중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의 경기성격과 추이에 비추어 볼 때 우리경제는 내년 하반기중에도 자율적인 경기반등 국면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80년 이후 10여년간 경기순환은 주택 2백만호 건설기간을 제외하면 대체로 수출경기 변동과 맥을 같이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수출은 가격경쟁력에 크게 의존하는 수출상품 구조상 환율의 상대적인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아 왔다. 지난 3·4분기 중에는 90년 1·4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표시 수출의 절대액이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품목은 수출물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단가하락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경쟁력 상실이 일부산업에 그친 현상일 뿐이라며 경기양극화를 걱정하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산업의 국제경쟁력 특히 가격경쟁력이 총체적으로 상실되고 있다는 판단이 보다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4%를 넘고 총외채규모가 1천1백억달러로 추정되는 등 대외불균형이 급속히 악화됨으로써 총체적 경쟁력 약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환율은 화폐구매력을 반영해야 하며 환율수준의 높고 낮음은 경상수지 균형에 비추어 평가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개선전망이 흐린 가운데 경상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것은 원화환율이 고평가됐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의 절상기조로 전환하기 이전 10여년간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80년대초 국내물가의 상대적 안정에도 불구하고 5∼6년간 지속적으로 절하되어 프라자합의가 이루어진 85년의 연말환율은 달러당 8백90원으로 기간중 절하율은 84%에 달했다. 86년 사상 초유의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88년의 6백80원을 기록, 3년간 30%에 달하는 절상이후 원만한 절하와 93년 이후 절상을 겪어 왔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85년 이후 10년여가 지난 현재 원화가치는 미달러화에 대해 약 5%정도 절상된 수준이다. 한편 지난 10년(85∼95년)간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3.5% 내외, 한국은 5.8% 상승했다. 평균적으로 매년 2% 정도의 구매력이 더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원화환율은 고평가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같은 여건을 반영하듯 12월들어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다소 빠르게 절하되어 840원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같은 구매력차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추가적 절하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흔히 「고비용·저효율」로 상징되는 진단과 처방은 중장기적 성격일 수 밖에 없으며 최근과 같은 급속한 대외불균형 심화과정에서는 우회적이고 효과가 제한된 대안들에 불과한 것이다. 예컨데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비용 수준이 높은 것이 현실이지만 경기둔화에 따라 임금상승율이 다소 낮아지는 것은 몰라도 임금의 절대액을 깍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질 금리부담도 올 한해동안에 금리인하노력과 그 결과에서 보듯 단기적으로 현저한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즉 임금과 금리는 노동시장과 금융시장의 수급 메카니즘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변수들로 시장기능 촉진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요구되는 중장기적 과제인 것이다. 현재와 같이 경기수축국면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은 단기적 정책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경제의 어려움은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와 수출부진에 따른 경기수준의 저하이고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무역외수지 적자를 무역수지 흑자로 메꾸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주목한다면 국내의 높은 요소가격과 수출입 상품의 국내외 가격차를 단기적으로 바로잡는 방법은 환율조정 즉, 원화절하를 통해 수요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원화절하는 국내요소의 달러표시 가격을 낮추어 가격경쟁력을 제고할 있는 반면 수출업자가 받는 수출상품의 원화표시 가격을 올림으로써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게 해준다. 환율의 왜곡으로 인해 국내가격이 낮은 수입제품으로 부터 소비효용확대를 추구하기 보다는 원화표시 수출가격을 올림으로써 무역수지 균형을 도모하는 것은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당연히 요구되는 정책방향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수출이 감소하는 시점에서도 수입이 둔화되지 않는 현재의 여건은 환율조정에 의한 대외균형 회복이 보다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원화절하는 수입 소비재 및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을 올려 수입을 억제할 뿐 아니라 원화고평가 하에서 수입으로 충당되던 값싼 중간재와 원자재의 수입가격을 올려 국산대체를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원자재와 자본재, 그리고 자금에 있어서까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로서는 원화절하로 인한 국내 물가상승과 외채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는 국내외 물가의 왜곡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우리경제가 감당해야 할 비용으로 치부돼야 한다. 저리의 해외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으로서는 환리스크 해지비용을 금융비용의 일부로서 고려해야 한다. 환위험의 해지없이 해외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환투기가 된다. ◇약력 ▲서강대 경제학과 ▲미 메릴랜드대 부설 산업예측연구소 초빙연구원 ▲서강대 경제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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