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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용기 시장 물밑쟁탈전 치열
입력1999-04-11 00:00:00
수정
1999.04.11 00:00:00
박형준 기자
「600억원대에 달하는 식품용기 원지시장을 잡아라.」종이용기시장을 둘러싼 제지업체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컵라면·도시락·패스트푸드 용기로 쓰이고 발포 폴리스티렌을 종이로 대체하려는 식품용기 원지 제조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폴리스티렌의 위세에 눌려 종이컵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던 종이용기가 힘을 얻게 된 것은 지난해 7월 식품안전청이 컵라면 용기에서 환경호르몬 물질로 알려진 스티렌다이머와 스티렌트리머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종이용기는 가격과 편의성에서 화학용기보다 불리하긴 하지만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시장대체를 꾸준히 모색해왔다.
실제로 한미냉동식품은 종이용기에 담은 냉동만두 「슛탕」을 선보였고 동원산업도 라면시장에 뛰어들면서 「라우동」 용기로 종이를 썼다. 다른 즉석식품업체들도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정부의 규제방침을 감안해 종이용기로 교체할 것을 신중히 검토중이어서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종이용기 시장이 인기몰이를 예고하자 종이원단 업체들의 각축전도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종이원단 시장에서는 대한펄프·한솔제지·한창제지가 빅3로 꼽히고 있지만 한창은 종이컵에 국한되어 있어 라면용기같은 평량(1㎡당 그램수)이 높은 고부가제품 시장은 실질적으로 대한펄프와 한솔제지간 2파전인 셈이다.
이들중 가장 빨리 변화움직임을 간파하며 선수를 치고 나온 곳은 한솔제지. 한솔제지는 지난달 자사의 식품용기 원지인 「푸드 아트보드」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체에 무해하다는 인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종이용기의 마케팅 포인트를 「안전성」으로 삼아 화학용기와 차별화를 이루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선발주자인 대한펄프를 제치고 국내 처음으로 국제기준을 통과함으로써 후발업체라는 핸디캡을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까지 노린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한솔제지는 푸드아트보드 샘플을 증류수와 유기용매에 넣어 용출물을 검사한 결과 성분과 검출량이 안전성기준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이 테스트는 FDA가 공인한 미 STR연구소에서 실시됐다.
국내 최초로 종이컵원단 제조기술을 개발해 이 분야 선도기업으로 명성을 쌓아온 대한펄프(대표 최병민)는 한솔제지에 허를 찔린 후 「재활용 운동」으로 열세를 만회하겠다고 나섰다.
대한펄프는 종이용기의 「재활용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종이용기 원단생산부터 수거·재활용까지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대한펄프는 『국내 종이컵 사용량이 연간 2만5,000톤이나 되지만 재활용률은 겨우 6%(1,500톤)에 지나지 않는다』며 『고속도로 휴게소, 서울시내 구청 및 대학등과 제휴해 현재 500톤 정도인 회수량을 1,300톤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대한펄프는 「깨끗한 나라」를 브랜드로 쓰면서 알려온 환경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재활용으로 이어내 종이용기 시장을 지켜내겠다는 복안이다.
업계는 식품용기의 50%이상을 종이로 대체해가고 있는 일본을 비롯해 각국이 종이용기 사용을 늘리고 있어 조만간 국내시장도 이를 따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을 둘러싼 쟁탈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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