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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은 선도은행 탄생
입력2000-11-15 00:00:00
수정
2000.11.15 00:00:00
새로은 선도은행 탄생
[2차 금융빅뱅 이것이 변수다] (4) 새로운 선도은행 탄생
거센 구조조정의 물결은 새로운 '선도 은행'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대형 지주회사의 출범, 공적자금을 통한 부실은행의 클린뱅크 변신, 하나ㆍ한미은행 합병 등은 모두 금융계에 메가톤급 위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변화들이 일단락되는 내년에는 은행산업의 역학구도가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어떤 은행이 시장에서 지배력을 발휘하는 '리딩뱅크'의 위치로 부상하느냐에 따라 또다른 금융 구조조정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은 시장에 영향력이 확실한 선도은행 그룹이 없는 애매한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국민, 주택은행이 소매금융을 기반으로 대표적인 우량은행으로 부상했지만, 기업금융에 손을 안대 반사이익이 컸을 뿐 '선도은행'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장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의 선도은행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셈이다.
97년까지만 해도 이른바 '5대 시중은행'이 시장 선도그룹으로 버티고 있었다. 이들은 수동적이나마 금융흐름을 좌우하는 조타수 역할을 수행했고, 보이지 않는 견제와 균형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부실은행'이라는 멍에와 함께 공적자금으로 연명하거나 아예 해외에 매각돼 제살길 찾기에 바쁜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대형 금융지주회사는 금융계 판도를 단숨에 뒤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조흥과 외환은행이 빠져나갔고 아직 변수는 남아 있지만 한빛은행이 주축이돼 평화, 광주, 제주 등을 묶은 지주회사가 출범한다면 자산 규모로 국민은행을 제치고 국내 1위의 은행으로 올라선다.
조흥, 외환등 독자생존을 승인 받아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은행들도 이 부분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들은 이종 금융기관을 하나로 묶는 별도의 지주회사 설립이등 미래의 청사진을 내세우면서도 정부주도의 지주회사에 살짝 발을 걸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확실한 시장의 리더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한미은행의 합병도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변수. 두 은행은 각각 자산규모가 49조원, 31조원으로 합병하면 무려 80조원에 달한다. 더구나 두 은행은 모두 대외 이미지가 비교적 좋고, 기업문화도 비슷해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쉽다. 경우에 따라 추가로 다른은행과의 합병까지 이뤄낼 경우 시장의 리더로 자리잡기가 한결 쉬워진다.
반면 국민, 주택, 신한은행 등 대표적인 우량은행들은 자리를 위협받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의 강점이었던 소매금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주택은행은 그동안 독점 운영해온 국민주택기금이 다른 은행으로 확대될 경우 입지가 좁아지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결정적인 문제는 이번 구조조정을 기점으로 은행들의 재무적인 기반이 거의 평준화 된다는 데 있다. 새로 부상하는 지주회사와 합병은행들은 공자금을 투입받거나 과감히 부실을 털어내 클린뱅크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경우 우량은행들의 비교우위는 희석되고, 경쟁구도는 새롭게 전개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 될 경우 금융계에 또 한번의 구조조정의 '태풍'이 몰아닥칠 가능성이 높다. 경쟁에서 밀려난 은행들은 점점 힘들어진다. 선도은행들의 틈새를 파고 들며 중하위권 은행으로 살아남는 데 골몰하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합병등을 통해 새 활로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
대형화ㆍ겸업화의 세계적 추세속에 과감한 결단력과 무서운 속도로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들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이 같은 논리는 한결 간명하게 증명된다. 시장의 확실한 리더로 부상하기 위한 은행간 경쟁은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김상연기자
입력시간 2000/11/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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