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매서운 강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혹한을 뚫고 최전방 부대를 방문했다. 강원도 양구군의 백두산부대 도솔대대 병영도서관 기증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백두산부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지 40년째 되는 지난해 두산은 격오지부대인 도솔대대 장병을 위해 책 4,000여권이 비치된 병영도서관을 지어 기증했다. 박 회장은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기업의 역할은 수익 창출 못지 않게 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중요하다는 게 박 회장의 지론이다. 최전방 부대방문도 박 회장의 아이디어다. 박 회장은 지난해 8월 창립기념사를 통해 "더욱 사랑 받고 존경 받는 두산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두산의 모습은 기술과 실적을 바탕으로 하되 사회 곳곳에서 꿈과 희망을 나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의 사회공헌활동은 박 회장이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연강재단에서 시작된다. 연강재단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은 교육'이라는 연강 박두병 초대회장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1978년 설립됐다. 연강재단은 출범 이후 학술연구비 지원과 교사 해외연수, 도서 보내기 등 다양한 교육활동 지원과 함께 두산 아트센터도 운영 중이다. 특히 각종 맞춤형 학술지원 사업이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1993년 시작된 환경연구비 지원사업은 매년 전국 10여개 대학의 환경, 안전 관련학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연구비를 전달하고 있다. 또 매년 연구결과를 논문집으로 편찬해 전국의 대학, 도서관과 주요기관 연구자들에게 배포하는 일 역시 빠뜨리지 않고 있다. 1989년부터 시작한 교사해외학술시찰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전국의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사를 선발해 우리 민족의 고대역사 현장인 중국 내 고구려 문화유적과 일본 내 백제문화유적을 직접 탐방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 사업은 교사들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는 최근 경제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교사해외학술시찰을 중국경제를 탐방하는 교사해외경제시찰로 바꿔 실시하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선발된 교사들은 3개조로 나뉘어 7박8일간 중국 텐진과 상하이에 위치한 해외 산업현장과 상하이 엑스포를 둘러봤다. 또 2007년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과학교육 개선 및 과학문화 확산'에 뛰어난 성과를 올린 초ㆍ중ㆍ고교 과학교사들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자 전원에게 국내외 과학시설과 현장시찰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두산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은 철저히 수혜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연강재단의 도서지원사업은 지원 도서목록을 재단이 선정하는 게 아니라 해당학교의 지도 교사가 학생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과 학생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직접 고르도록 하는 '맞춤식' 사업이다. 지금까지 전국의 도서ㆍ벽지 초등학교 131곳과 어린이병원학교 27곳 등 총 158곳에 7만7,991권의 도서를 지원했다. 연강재단은 국내뿐 아니라 도쿄, 베이징, 하노이에 있는 한국인 학교에도 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연강재단이 운영하는 두산아트센터는 '아트 인큐베이팅'을 모토로 예술인을 위한 문화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2009년부터 시작한 '두산레지던시 뉴욕'은 젊은 작가들이 국제무대에서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미국 뉴욕에 아파트와 작업실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 지난해 7월 뉴욕 첼시에 개관한 '두산갤러리 뉴욕'은 한국 유망 작가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