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가진 부실채권 가운데 무려 4조~5조원 규모의 물건이 연내 시장에 쏟아진다.
금융감독 당국이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총대출 대비 고정 이하 대출 비율)을 평균 1.3%로 맞추라고 요구한데다 경기침체로 신규 부실채권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이는 상반기 2조7,000억원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물량이어서 대규모 부실채권이 나오며 홍역을 앓았던 지난 2009년의 재판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시장에 내다팔면 우회경로 등을 통해 추심업체인 신용정보회사 등으로 넘어가며 이 경우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상환 압력이 더욱 거세진다. 가계와 기업들은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대출금 상환에 힘겨워하는 상황에서 부실채권 정리에 따른 이중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부실채권 비율이 1.49%인 은행권은 연말까지 이를 1.3%로 낮추기 위해 하반기에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장 부실채권 비율을 1.3%로 낮추려면 3조원 가까운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한다. 여기에 신규 부실채권이 상반기에만도 12조3,000억원이나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11조7,000억원)보다 많다. 이 추세라면 하반기에도 12조원가량의 부실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부실채권 비율을 맞추기 위해 15조원 이상을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16조3,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신규 발생 부실채권이 12조원이었는데 정리한 부실채권 규모는 이보다 4조3,000억원이나 많았다.
하반기에 정리할 부실채권 중 시장에 내놓을 규모는 4조~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은행권은 4조원의 부실채권을 팔았다. 올 상반기에도 정리한 부실채권(10조3,000억원) 가운데 2조7,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정리물량 가운데 25% 정도가 시장에 나오는 셈이다. 상반기 3,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한 국민은행은 하반기에도 3,000억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부실채권 정리물량이 늘면 충당금 적립도 늘어나 은행의 수익성은 그만큼 나빠진다.
기업이나 개인 대출자의 경우 부채상환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실물건들을 시장에 내다 팔면 추심 압박도 더 거세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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