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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기회의 땅] 1-2. 포스트 후세인
입력2004-01-05 00:00:00
수정
2004.01.05 00:00:00
바그다드는 아직 혼란스럽다.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후세인 지지세력 들의 테러위협도 상존하고 있다. 오후 6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비로소 바그다드 시내는 붐비기 시작한다. 저녁이 오히려 안전하기 때문이다. 시민의 절반 이상이 총을 소지하고 있다보니 밤에는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해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0년대 아랍 최고의 부자 나라였던 이라크가 2004년 들어 우리에게 소비재와 플랜트 건설 시장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10월까지 우리나라의 이라크 수출은 직접 수출 1,500만 달러, 요르단, 쿠웨이트 등 주변국을 통한 수출 3억1,890만 달러 등 총 3만3,040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소비재 시장으로 급부상 = 전자제품 위주의 상가가 쭉 늘어서있는 바그다드 카라데 (Karade)거리. TV, 냉장고, 에어컨, 위성수신기 판매점 60% 이상이 삼성과 LG 등 국내 간판으로 도배 돼있다. 마치 용산전자 상가를 옮겨놓은 듯 하다.
이 곳에서 만난 요르단 사업가 이리아스 자다(Ilias Jada)는 “대부분의 이라크 사람들은 전력, 물 부족으로 전쟁 전보다 더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중고품을 중심으로 큰 수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해 이라크 수출 상황을 보면 보다 분명해 진다. 대 이라크 수출은 전쟁이후 세관 및 은행 폐쇄 등으로 대부분 쿠웨이트와 요르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월말까지 쿠웨이트의 경우 의료용기기가 지난 해보다 3,635%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을 비롯,
▲에어컨(131%)
▲승용차(145%) 화물자동차(258%)
▲무선수신기(144%) 등 대이라크 수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요르단의 경우도
▲승용차(328%)
▲무선수신기(195%)
▲난방기(144%) 등이 가파른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김규식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전쟁 직후였던 지난해 5월 위성방송수신기의 수요가 급증하다, 6월부터는 TVㆍ에어컨 등이 잘 팔렸고 7월 중고차, 9~10월에는 냉장고ㆍ세탁기 등으로 빠른 순환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라크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를 미리 예측해서 물건을 풀면 이라크 시장을 한국 제품이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 플랜트에 주목해야 = 이라크는 지난 79년 사담 후세인 집권이후 20년간 대부분의 산업시설을 방치했다. 때문에 발전, 정유공장 등 국영기업은 물론 민간 기업들의 설비도 노후한 상태다.
연내 이라크에 대한 유엔제재가 해제되고 석유를 제외한 민간개방, 외국인 투자허용 등 사기업 육성 대책이 나오면 그 동안 억눌렸던 민간기업의 중소 플랜트 수요가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전후 이라크 실질 통치세력인 CPA(Coalition Provisional Authority)와 이라크 과도정부는 우선 발전소ㆍ통신망 복구공사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이어 이라크 국민들과 인터넷을 이용한 빠른 의사 소통을 위해 광통신망 구축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늦어도 다음달까지 수억달러 규모의 발전설비 개ㆍ보수 프로젝트를 발주 할 방침이다.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LG상사 등 국내 업체는 첫 발주되는 물량을 따내기 위해 다양한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CPA나 이라크 과도정부가 공공산업 발주시 이라크 국민 정서를 감안해 현지기업 우대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국내기업의 직접공략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김영철 중동ㆍ아프리카 담당 소장(상무)는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프로젝트 직접 추진보다는 현지 업체들과 파트너 십을 갖추고 자재나 물품을 공급하는 비즈니스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올해 이라크의 전후 복구 비용은 430억~44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라며 “미국과 영국 등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전후복구사업 이외에도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소비재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인다면 의외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김규식 KOTRA 바그다드관광
“KOTRA는 올해 6회에 걸쳐 시장개척단을 이라크 주요도시에 파견할 예정입니다. 오는 10월께는 바그다드에서 대규모 한국상품전을 열 계획이구요”
김규식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올해는 한국 기업들이 중동 진출이후 가장 커다란 수확을 거두는 한 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최근 사담 정권 아래서 이라크를 떠났던 자본가들이 대거 입국하면서 경제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국내 기업들도 하루 빨리 구체적인 이라크 진출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은 지난 82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들어선 후 100여만명에 달하는 이라크 자본가들이 중동의 다른 국가나 유럽 등지로 떠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김 관장은 “이들 이라크의 재벌 그룹들이 바그다드를 비롯한 경제 중심지로 속속 들어와 전후 소비재 시장을 장악할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요르단ㆍ아랍에미리트 등에 퍼져 있는 이라크 본토 에이전트들과 손을 잡고 이라크 재건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이라크에서 백색가전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 선 LG전자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아랍에미리트에 본사를 둔 이라크 출신 자본가와 독점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해 매년 중동지역의 조립생산(KDㆍKnock Down)제품을 포함해 수억 달러에 달하는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김 관장은 또 “최근 이라크는 과도정부와 미군정이 합동으로 60%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군인ㆍ경찰ㆍ일용직 등을 통한 고용정책을 확대하고 있어 소비심리가 점차 살아나고 있는 추세”라며 “백색가전 뿐 아니라 이라크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들을 시기에 맞춰 수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최근 들어선 아침과 저녁기온이 영상 3~5도까지 내려가는 등 겨울철을 맞아 난방제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앞으로 휴대폰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이라크 현지 에이전시들을 동원해 대 이라크 진출 전략을 구체적으로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라크 삼성전자 에이전트
하루 컨테이너 40대분량, 가전품 공급해도 모자라
바그다드는 지금 한국상품, 특히 가전제품에 목말라 하고 있다. 미국의 종전선언 후 바그다드로 하루 40여대의 컨테이너 분량의 세탁기ㆍ난방기 등을 들여오고 있지만 들여오는 족족 팔려나간다. 쌓아두고 있을 틈이 없다.
아바스 아지즈 알리(Abbas Aziz Ali) 삼성전자 이라크 에이전트 부사장은 “전후 소비가 주춤했던 이라크 시장이 요즘 활기를 찾고 있다”며 “그 동안 전쟁 위협으로 구매를 미뤘던 이라크 소비자들이 TV, 세탁기, 냉장고, 난방기기 등을 빚을 내서라도 사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바그다드 카라데 거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이라크 에이전시 사무실 앞에는 대형 트레일러 2대가 요르단에서 막 도착한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풀어 놓고 있었다.
하루에 40여개의 트레일러가 싣고 오는 컨테이너 물량으로 중동지역에선 특이하게 점심시간도 잊은 채 일용직 노동자들이 하역작업에 매달리는 모습이었다. 이 지역의 점심시간은 대부분 두시간이 넘고 한 여름에는 4시간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알리 부사장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30분 간격으로 들어오는 트레일러 하역작업을 마치기 위해 오전 8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오후 6시까지 일용직 근로자들을 교대 근무 시키고 있다”며 “바그다드에서 교대 근무까지 하면서 쉴 새 없이 일하는 회사는 이 곳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삼성전자 이라크 에이전시는 정규직 고용인원만 70여명에 달하고 일용직까지 합치면 3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해 11월 이후에는 하루 매출이 수십만 달러에 달할 정도다.
알리 부사장은 또 삼성전자 제품이 이라크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지난 90년대 만해도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이 가전제품 시장을 휩쓸었으나 최근 품질에선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은 일본제품 보다 낮은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알리씨 형제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 이라크 에이전시는 최근 중동시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 지난 연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초청을 받아 서울을 다녀가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알리 부사장은 “올해는 팔루자 등 이라크 4개 대도시에 삼성전자 에이전시 지사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이라크인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휴대폰 매출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삼성전자의 새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 부사장은 “올해 삼성전자 이라크 지사의 매출 목표는 5,000만 달러 이상”이라며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부다비(UAE)=강창현기자/바그다드(이라크)=한동수기자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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